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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떨어져도 걱정 붙어도 걱정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77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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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54.떨어져도 걱정 붙어도 걱정


종근이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이른 아침 매상에 바칠 벼를 가득 싣고 경운기를 몰고 가다 김영옥 집사님네 길머리를 돌아설 때 그만 경운기 조작 실수로 확 튕겨져 나간 것이다. 높다란 볏가마 꼭대기에 올라탔던 종근이 아버지가 뛰어내려 그나마 미끄러지는 경운기를 세워 다행이었지 까딱 했으면 김 집사님네 헛간을 된통 덮칠 뻔했다.
다행히 종근이도 크게 다치지 않아 조부랭이 매상 자리까지 경운기를 다시 몰고 갔다.
다녀오고 나니 버스는 가고 학교 갈 길이 막막, 나중에야 부론으로 나가는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겨우 학교에 갈 수 있었다.
종근이는 고3, 대학입시를 불과 며칠 앞둔 학생이다.
며칠 전에는 종근이 어머니인 지집사님을 통해 마음 아픈 얘기를 들었다.
없는 살림에 아들을 대학에 보낼라니 걱정이 앞선 집사님이 종근이에게 “난 네가 떨어졌으면 좋겠다.” 했다는 것이다.
혹 조금이라도 마음에 부담이 갈까봐 조마조마 하는 마음으로 온갖 시중을 드는 것이 도시의 학부모일텐데 농촌의 부모는 ‘너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농 아닌 얘기를 마음속으로 한번 거르지도 못하고 내뱉어야 하는 것이다.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없는 차에 20리길 어렵게 집에 돌아오곤 하는 종근이는 엄마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순박하고 착한 종근이로선 엄마의 말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2년 전 부현이 엄마도 그랬었다.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떨어지면 앞날 걱정, 붙으면 학비 걱정, 그래도 앞쪽이 쉬워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부현이는 엄마 걱정을 시원하게 떨쳤는데 다름 아닌 장학생으로 합격한 것이었다.
종근이 도 잘 견뎌주길.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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