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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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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39. 덩달아 죽은 해바라기
예년보다 더욱 늘씬하게 자라 올라 교회를 둘러 피었던 해바라기들이 모두 새까맣게 죽고 말았다.
한 여름 햇님 바라다 눈멀고, 계절이 바뀌어 순한 볕으로 사랑을 용납할 땐 더는 눈멀어 고개 못 드는 해바라기. 이 때쯤이면 숙인 고개 가득 씨앗이 익어갈 때다.
그런데 올핸 모두 시커멓게 죽고 말았다.
언젠가 동네 아저씨 한 분이 교회 마당에 제초제를 뿌린 적이 있었다. 뽑아도 뽑아도 지지 않고 나오는 마당 풀들을 보고선 아예 제초제를 뿌린 것이다. 풀들은 이내 노랗게 타 죽고 말았다.
제초제는 편하다고 말하기엔 오히려 무섭다. 풀들을 태워 죽인다. 덕분에 풀들 사이에 서 있는(실은 풀들이 해바라기 사이로 난 것인데) 해바라기들도 모두 타 죽고 말았다. 풀들보다 조금 오래 견뎠지만 끝내 밑둥부터 시커멓게 죽어 올랐다. 멀쑥 덩치가 크다고 예외는 아니었다.
제초제는 점점 흔하게 사용된다.
손가락이 아프도록, 허리가 아프도록 풀을 뽑는 것보다 휘 한 번 뿌리는 게 훨씬 쉽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달리는 일손인데 별 생각의 여지가 없다. 극약중의 극약인 제초제.
풀 죽이기 위해 살짝 뿌렸던 제초제가 생각지도 않았던 해바라기 들을 모두 시커멓게 죽였다. 제초제가 덩달아 죽이는 게 어디 해바라기 뿐일까... 죽은 해바라길 보며 섬뜩해진 마음을 어쩌지 못한다.(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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