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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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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94. 눈물 어린 마음들
찬비가 종일 내리던 지난 주일은 윗작실 이한주 씨 생신이었다. 이하근 집사님의 아버님이신 이한주 씨가 73회 생신을 맞았다.
예배를 마치고 양말을 포장하여 작실로 올라갔다. 그 뒤론 산이 있는 윗작실 맨 끝집이다.
방안에 들어섰을 때, 마을 아주머니들이 둘러앉아 음식을 들고 있었다. 상을 따로 차리신다는 걸 애써 말려 같이 앉았다.
비만 아니었다면 모두 들에 나갔을 덴테 내리는 비로 일을 쉬고 모처럼 한데 모이신 것이다.
많은 얘기들이 오고 갔다.
장에 다녀온 얘기 하며, 비 맞아 썩고 싹이 나고 하는 곡식 얘기하며, 몸아픈 얘기 하며 그 중 치경씨 얘기엔 모두들 눈시울을 붉혔다.
바로 그날, 어릴 적 식구들과 흩어져 소식이 10년 넘게 끊겼던 치경씨가 물어물어 어머니를 찾아온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이유로 모든 가족들이 흩어졌던 것인데, 지난번엔 치화씨가 역시 10년 너머 만에 들어와 어머니랑 살고, 이번엔 치화씨 동생 치경씨가 찾아온 것이다.
생사나 알았으면 좋겠다고 그동안 남모르는 눈물 많이 흘렸던 치화씨 어머니는, 찾아온 아들을 보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어쩔줄을 모르셨다 한다.
내리는 비처럼, 내린 비로 물길 찾은 앞 시내처럼 돌아온 아들 붙잡고 울기도 많이 우셨단다.
스물 세 살의 건장한 청년이 된 치경씨. 10년 넘게 헤어져 살았지만, 그래도 그 얼굴엔 아버지 모습 선하게 박혀 지워지지 않았다고, 피붙이란 그런 거라고들 했다.
다니는 공장에 출근하기 위해 가야 한다며 치경씨 차 타러 나가자, 하루만 자자고, 모처럼 왔는데 하룻밤만이라도 자고 가면 안 되겠냐고 빗길 비 맞으며 눈물로 따라가는 노모의 안스런 모습은 모두가 보았던 것이다.
수원에 나가있는 이하근 집사님 이야기를 하면서도 또 눈을 붉혔다.
이집사님의 부인 박영순씨도 일하러 같이 다니게 되어, 같이 야근을 할 때면, 집에 우상이 병부 어린 자식 두 명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혹, 어떨까 싶어 야근을 나갈 때면 밖으로 문을 잠그고 가는데, 날이 밝아 돌아와 보면 우상이와 병부는 제각기 쓰러져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이다.
일곱 살인 우상이는 그래도 괜찮다고, 엄마 아빠 고생하더라도 빨리 돈 벌어 좋은 집 마련하자고 그랬단다.
모든 게 어디 남의 일이겠는가.
아픈 얘기 나누며 모두가 함께 눈물에 젖는 건 이런 저런 주위의 일들이 모두 내 일 같기 때문이다.
타작도 못한 채 들에서 비 맞으며 썩고 있는 곡식들을 두고도 눈물어린 마음은 이웃을 향한다.
그런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비를 그칠 줄을 몰랐다.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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