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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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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77. 기도해야 된다고
버스에 오르시는 집사님이 힘이 하나도 없으시다. 입술은 형편없이 부르텄고, 코 옆엔 빨간 종기가 나 있었다. 주름 많은 얼굴이 더욱 수척해 보였다.
힘이 없는 건 동행하는 남편, 이학기 아저씨도 마찬가지였다. 두 분은 덜컹이는 버스 운전사 바로 뒷자리에 앉으셨다. 망연히 창 밖에 눈 주고 있는 두 분의 모습이 서너 칸 자릴 두고 거울로 비쳤다. 용암을 지나서 두 분은 내리셨다.
아저씨가 우산을 꺼냈고, 지난 비에 여기저기 패인 길을 걸어 작은 등성 하나를 두 분은 넘었다.
한 시간 반 정도를 걸어야 한단다.
그래야 침을 맞을 수 있단다.
지난번 고추를 따다가 쓰러진 이후 여러 가지 치료를 했고, 그게 효험이 있었던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말이 분명치 못하시다.
집사님 내외분은 치료를 위해 침을 맞으러 다니고 있었다. 침 맞는 그 자체가 힘들었는지, 침을 맞을 만한 체력도 없이 침을 맞아 몸이 감당을 못했는지, 며칠 동안 집사님은 몸살을 앓기도 했다.
부르튼 입술은 몸살 때문이었다.
거울 속에 비친 집사님의 힘 없는 모습을 두고 새삼 내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쓰러진 후 참으로 여러 날을 고생하고 계시는 집사님... 그 불편한 몸으로 새벽기도회에 나와 두 손 곱게 모으고 조용히 기도하시는 집사님.
침 맞으러 다니느라 몸살까지 앓아 온통 입술이 부르트신 집사님.
나에겐 그런 능력은 없는 걸까. 손 얹고 기도하면 병이 낫는 그런 능력 있으면 참으로 좋을 텐데... 그런 능력 있어 집사님이 나을 수 있다면 그런 고생 안 해도 되고. 한 번도 그런 능력 달라고 기도해본 적이 없다. 절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득 집사님의 모습을 두곤 이제 기도해야 한다고, 단지 한 사람 김집사님을 위해서라도, 기도해야 하다고 가슴 속 웬지 모를 뜨거움이 말하고 있었다.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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