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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품값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45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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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50.품값


“어머니, 이렇게 하루 일하는데 품삯이 얼마에요?” 부천에 살고 있는 큰아들이 모처럼 집에 내려와 어머니의 일손을 도와 담배 대공을 뽑으며 김집사님께 물었단다.
“삼천 원이란다.” 삼천원이라는 말에 아들은 놀라며, 삼천원 받고 하루 종일 땀 흘려 일하느니 차라리 동냥하는 게 더 낫겠다고 했다 한다. 하루에 쉽게 마셔버리는 커피 서너 잔 값에, 담배 몇 갑 값에 고된 품을 파는 것이 도시에 사는 아들에겐 이해가 안됐나 보다.
집사님이 이렇게 대답해 줬단다. “얘가. 그래도 그렇게 일 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농사를 짓지, 그렇지 않으면 농사 못 진다.”
그렇다. 꼭 품값이 문제가 아니다. 가뜩이나 일손 모자르는 형편인데 서로가 서로의 일을 도와야지 별 수 있는가.
하루 삼천원에 품을 파는 걸 의아하게 - 정확하게 말하면 미련한 일로 - 바라보는 도시의 아이들은, 혹 부모님의 삶마저 그런 눈으로 보는 건 아닐까 싶어 쓸쓸한 마음이 든다.
품값으로 계산하지 말라. 고향에 남아 땀 흘리며 살아가는 이들의 슬프도록 힘겹고 아름다운 삶을.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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