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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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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96. 영정사진 찍기 후기
사진을 찍은 지 두 주가 지나서야 사진을 찾을 수 있었다. 교통편이 편하다면 서울로 올라가 일찍 찾을 수도 있었는데 그렇질 못했다. 사진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잘 나왔다. ‘생생’하다고 해야 할까, 마을 분 표현대로 하자면 ‘화가처럼’ 나왔다 했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일까 생각해 보니 아마도 ‘예술적으로’나왔다는 말이지 싶었다.
무광택 코팅으로 큼지막하게 사진을 뺏는데, 액자 또한 사진과 잘 어울려 참 보기에 좋았다. 마을별로 사진을 나누고 집집이 다니며 사진을 전해 드렸다. 아예 망치와 못을 챙겨가지고 다니며 걸 곳이 마땅치 않은 분들은 벽에 못을 박고 액자를 걸어드렸다.
한결같이 고마워하는 노인분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인사를 받았다. 인사를 받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 송구스럽기도 했다. ‘주님, 주님이 받아야 할 인사를 제가 받고 있군요.’ 그때마다 주님은 또 그러시는 것 같았다. “괜찮다. 네가, 너희들이 받으면 또 어떠니. 모두 한가지다.”
교회 안 나오시는 분들과는 모처럼 마주 앉아 차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눴다. 궁벽하고 외로운 삶, 사실은 친구가 필요한 분들이었다.
절에 다니시는 최영관 할아버지네 들렸을 땐 마침 칼국수를 끓였던지라, 같이 모인 마을 분들과 저녁 삼아 칼국수를 먹기도 했다.
“고마워유, 몇 해 전에 돈 4만원 주구 사진을 찍어왔는데, 얼굴이 흉하게 나와 자식들이 다 내다 버리라구 했어유.” 그런데 이번에 사진이 너무 ‘곱게’나왔다며 일 나가다 만난 윤연섭 할머니는 거듭거듭 고마워하셨다.
“목사님 가을에 또 한번 하시지요.”
사진 찍던 날 잔치에 참여하느라 사진을 찍지 못한 박종관 아저씨는 부인만 찍은 게 못내 아쉬운지 가을에 다시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돈은 당신들이 부담해도 좋으니 또 한번 하자는 말씀이었는데, 아랫말 양조합장님도 전화를 걸어 같은 의견을 내셨다. 양조합장님 부인은 빨간 양장을 입고 찍었는데 원래 얼굴도 고우시지만 사진도 여간 잘 나온 것이 아니어서 자꾸만 보고 싶을 정도로 나온 터였다.
매래끝 강을 돌아 있는 조귀농 마을의 한 노인은 사진을 찍고 돌아가 “교회는 단강교회가 진짜 교회”라고 치사가 한참이었다고도 한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일도 정성으로 감당할 때 훈훈한 감동이 파장처럼 번져가는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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