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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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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84. 모내기
뜨거운 한낮, 준이 아버지와 준이 어머니가 한 논에서 모를 심고 있다. 준이 아버지는 기계를 가지고 모를 심어나가고 있고, 준이 어머니는 모가 담긴 비료부대를 뒷춤에 차고 사이사이 빠진 모를 잇고 있다.
누군가 우연히 지나치다 모습을 보면 더없이 평화로운 모습이라고 감탄하지 않을까. 하기야 두 부부가 한 논에서 땀흘려 일하고 있으니 그 모습이 얼마나 정겨워보일까. 얼마나 평화스러운 모습이냐고 발걸음을 멈추고선 혹 그 모습을 담기 위해 사진을 찍으러 들지도 모르겠다.
건강한 평화가 얼마든지 담겨있는 모습이긴 하지만 두 부부가 일하는 모습 속엔 나름대로의 아픔이 담겨 있다. 바라보는 이의 감상과는 상관없이 모심는 일은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손으로 기계를 부리며 앞으로 나가는 일도 보기에는 저절로 나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모를 잇는 일도 그렇다. 푹푹 빠지는 논을 걸어다니며 허리굽혀 모를 심는 일이 어찌 쉬울 수가 있겠는가. 그렇다고 큰 수가 나는것도 아닌 쌀농사, 젊은 부부에겐 농촌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막막함일 수 있다. 일찍 찾아온 더위, 연신 땀을 닦으며 두 사람은 그런 막막함을 애써 지우려 할지도 모른다.
또 하나, 부부가 함께 일하는 정겨움속에서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저렇게 두 부부만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이젠 농촌에서도 함께 일하는 모습이 점점 사라져간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내기철이 되면 온 동네가 술렁거리지 않았는가. 온 동네 사람들이 오늘은 이 집 내일은 저 집 죄 돌아가며 다함께 모를 심었고, 모를 심는 날엔 다함께 먹는 모밥하며 줄 넘겨주면서 일하는 이들의 흥을 돋었던 선소리꾼의 노래 들판에 계속됐는데, 이젠 모두 사라져 버렸다.
제각각 자기 모를 기계모로 심고 있는 것이다. 준이네 어머니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평화스럽게만 보지 못한다.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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