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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2. 옮겨간 곳집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30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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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42. 옮겨간 곳집

 

신작로에서 섬뜰로 들어서는 마을 어귀, 허름하게 서 있던 곳집을 드디어는 옮기게 되었다. 곳집을 헐어 상여는 염터 저수지 쪽으로 겼다. 초상이 나면 고인을 모시는 상여를 보관하는 곳, 분위기가 조금은 을씨년 스럽기는 해도 마을에선 없어선 안되는 집이었고, 그만한 거리 마을에선 적당히 떨어져 있는 셈인데 왜 굳이 헐고 먼 곳으로 옮겨야 했을까.

두려움 때문이었다. 

같이 살던 마을 사람이 하나씩 둘씩 몹쓸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사람들의 마음속엔 조금씩 두려움이 들어차게 되었다. 

‘왜 이럴까? 이러다간 어떻게 되는걸까?’ 그러다 마음에 걸린 게 마을 입구에 있는 곳집, 마을로 들어서는 곳에 집이 있어 자꾸 초상이 나는 거 아닌가 싶어 드디어는 곳집을 옮기게 된 것이다. 염터 저수지 맞은편에 터를 잡고 컨테이너 박스를 놓고선 거기로 옮겼다. 

철로 된 컨테이너 박스 속에 상여를 두는 일이 어울리는 일은 아니었지만 동네에 상여 멜 사람도 점점 줄어드니 수명으로 따지자면 콘테이너 박스보단 상여가 더 먼저 쓸모가 없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곳집을 옮겼다고 마을에 우환이 사라질까만 당장의 두려움은 곳집을 마을에서 더 멀리 떨어져 앉게 하였다.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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