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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따뜻했더 기억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6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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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04. 따뜻했더 기억

 

드물던 눈이 모처럼 내려 하얗게 쌓인 날, 동네에 있는 아이들이 한데 어울려 나왔다. 눈은 약속 없이도 아이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해주었다. 승학이 아버지와 선아 아버지도 나서 동네 초입 길옆엔 어른 키만한 눈사람이 세워졌고, 달랑 몸뚱아리 뿐인 눈사람에 아이들이 나서 눈과 코와 입, 양쪽 팔까지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도 아이들은 들판으로 달려나가 한가하게 서 있는 짚가리 사이를 깔깔 웃음으로 달리며 아이들 스스로 눈사람이 되어 갔다. 

동네 아이들이래야 몇 안되는 아이들, 그래도 아이들은 모처럼 만들어진 하얀 세상에서 마음껏 뛰어 놀았다. 

시간을 잊고 놀던 이이들이 점심때가 한참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노는 즐거움과 배고픔이 고만고만 어울리다 확 배고픔으로 기울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그 모습 이 가관이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젖을대로 다 젖었다. 

더위를 못 참고 물속에 첨범 뛰어 들었다 돌아오는 것처럼 온몸이 다 젖어 있었다. 그런 몸으로 허연 김을 내며 뛰어놀았던 것이다. 노는 아이들의 열심처럼만 살 수 있다면! 

다른 아이들이 다 돌아갔고 같이 놀던 소리도 들어왔는데 규민이가 들어오질 않는다. 소리에게 물어보았더니 분명 들에서 같이 왔다는 것이었다. 조금 더 기다리다 걱정이 되어 밖으로 나와보니 웬걸 규민이는 집앞 한쪽 구석에서 모들 오들 떨며 서 있었다.

온몸이 다 젖어 새파랗게 언 채로 창문 아래 장미나무 곁에서 추워 어쩔 줄을 모르고 서 있었다. 

“안 들어오고 뭐하나?” 놀라 물었을 때, 그제야 고개를 든 규민이의 두 눈에선 닭똥같은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노느라고 온몸이 다 젖자 지레작작 혼날 것이 두려워 집에도 못 들어오고 그렇게 밖에서 떨고 있었던 것이었다. 

“괜찮아, 재미있게 놀았나 보구나.” 녀석을 달래며 얼른 덥썩 안아 집으로 들어왔다. 

고기를 잡으며 정신없이 놀다가 고무신 한짝을 떠내려 보내고,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을 찾다 찾다 못 찾고 할 수 없이 집으로 돌 아와선 혼날까봐 쉬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집 밖을 서성이던 어릴 적 기억이 내게도 있다. 

눈에 다 젖어 들어오지 못하고 집밖에서 떨고 섰는 어린 아들의 모습은 꼭 어릴 적 내 모습이었다. 

 

그때는 더없이 난처했으나 이제는 웃음으로 떠올릴 수 있는 따뜻한 기억 하나를 온 몸이 다 젖은 어린 아들을 품에 안으며 다시 한번 품에 안 는다. (얘기마을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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