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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의 마음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910 추천 수 0 2003.03.22 10: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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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1씨앗의 마음

아이들이 매주 토요일마다 한국학교에 다닌다. 외국 땅에 그래도 한국학교가 있어 한글을 비롯한 한국의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 큰 다행이라 여겨진다. 일주일에 하루지만 한국 아이들끼리 같이 어울린다는 것도 외국에 사는 아이들에겐 무척이나 유익한 경험이 될 것이다. 아직은 독일학교를 주말에 빌려 사용하고 있는 수준이지만 어서 국력이 신장되어 나라마다 한국학교가 세워지는 날이 어서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토요일이면 교회에서 성경공부가 있어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교회로 간다. 오후반까지 공부를 하고 나면 오후 3시 40분쯤이나 학교가 끝나게 되는데, 대개는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다시 아이들을 데리러 간다. 내 차로는 잠깐이지만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하려면 전차와 버스를 갈아타야 하기도 할뿐더러 주말엔 버스가 자주 없어 불편이 크다.
아이들을 데리러 가다보면 조금 일찍 도착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그럴 때면 차를 주차시키곤 길가 편한 곳에 앉아 책을 읽곤 한다.
그 날도 그랬다. 아이들을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는데 길가에서 뭔가를 열심히 쪼아먹던  비둘기 몇 마리가 가까이 다가왔다. 유심히 바라보니 씨앗을 쪼아먹는 것이었다. 낮은 담을 따라 풀이 자랐는데, 풀 중에는 민바랭이도 있었다. 어릴 적부터 흔하게 보아온 풀로, 줄기 위에서 몇 개의 가지가 방사성으로 퍼져, 퍼진 가지를 동그랗게 모아 묶으면 왕관 모양이 된다.
그동안 같은 자리에 몇 번 앉으며 민바랭이의 모습을 눈 여겨 본 적이 있는데, 흔한 풀이지만 감탄할 만한 면이 있었다. 민바랭이는 방사성으로 퍼진 가지 밑으로 씨앗을 달고 있었다. 마치 씨앗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들고 자라던 풀이 씨앗이 익을 때쯤 되니 고개를 길가 쪽으로 기울어뜨린다. '내가 귀찮지 않으세요?' '어서 나를 없애 주세요' 그러는 것 같았다. 그래야 가지 밑에 숨기고 있는 씨앗을 퍼뜨릴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때가 되어 씨앗은 길가로 떨어지고, 비둘기가 다가와 쪼아먹고, 그러면 비둘기가 날아간 곳에 비둘기 똥과 함께 떨어져 또 그 땅에서 씨를 퍼뜨릴 것이었다.
작은 알갱이 속에 담긴 씨앗의 마음을 어찌 제대로 헤아리겠는가만, 어떻게든 씨를 퍼뜨리려는 씨앗의 마음이 길가에 떨어져 비둘기에게 쪼아 먹히는 모습을 통해 간절하게 와 닿았다.  (200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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