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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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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9 길고 더러운 뱀
어릴 적 대개의 내 하루는 어머니의 찬송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새벽예배를 다녀오신 어머니가 새벽밥을 지으며 부엌에서 부르던 찬송, 아주 늦잠을 자지 않는 한 어머니의 찬송을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내 기억으로 어머니가 가장 즐겨 부르시던 찬송은 "아, 하나님의 은혜로"라는 찬송이었다. 이제야 말하지만 난 사실 어머니의 찬송을 들을 때마다 불안했다. "아, 하나님의 은혜로 이 쓸데없는 자"라는 찬송가 가사를 "있을 데 없는 자"로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우리 집을 놔두고 있을 데가 없다니, 혹시 어머니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슨 힘든 일이 있어 우리들을 놔두고 집을 나가는 것은 아닌가, 어린 마음에 괜한 걱정을 하곤 했다.
한 후배로부터 그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배의 아버지는 목회자였는데, 식구들이 모여 식사를 할 때마다 "만 입이 내게 있으면 그 입 다 가지고" 찬송을 부르고 기도를 한 후 식사를 했단다. 찬송을 부를 때마다 후배에겐 궁금한 것이 있었다. '만닢'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생긴 이파리일까…, 후배는 찬송을 부를 때마다 "만닢이 내게 있으면 그 잎 따 가지고"하는 의미로 불렀던 것이다. 만닢은 어떤 상추처럼 생겼고 맛은 어떨까를 궁금해 하면서.
언젠가 시골에서 목회하는 동료 목회자에게서 교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교회에서는 노인들을 위하여 속회예배를 따로 드리는데, 성경을 읽는 시간이면 돌아가면서 한 절씩을 읽는다.
대부분 글눈이 어두운 노인들인지라 성경을 읽다 어려운 글자가 나오면 글의 흐름을 따라 당신의 생각을 따라 글을 고쳐 읽는데, 그 분위기가 여간 진지한 것이 아니다.
창세기 2장을 읽던 모임에서는 '에덴동산'을 '에로동산'이라 읽어 3장을 긴장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3장 1절 중 "뱀이 가장 간교하더라"라는 부분에서 한 할아버지가 막히고 말았다. 잠시 생각에 잠긴 할아버지 진지하게 성경을 읽으시기를, "뱀이 가장 길고 더럽더라."
때로 사람의 실수를 넉넉하게 받으시는 하나님, 모처럼 너그럽게 웃으셨으리라.(20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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