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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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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8 3미터의 유혹
왕집사님네가 새로 개업한 식품점 '서울마트'는 프랑크푸르트 시내 한 복판에 있다. 메세와 중앙역 사이에 있는 괴테 김나지움 뒤편에 자리잡고 있으니 시내 중심이라면 중심인 셈이다.
괴테 김나지움은 독일학교지만 주말이면 한국학교가 된다. 자체 건물을 갖고있지 못한 한국학교는 매주 토요일마다 괴테 김나지움을 빌려서 학교로 쓰고 있다. 같은 땅에 살면서도 자체 건물을 가지고 평일에도 일본어로 수업을 하는 일본학교와는 대조적이다. 여러 가지 되돌아볼 점이 있다고 여겨진다.
한국학교 뒤편이다 보니 한국학교가 열리는 토요일에는 가게가 붐빈다. 자녀들을 학교에 데려다 준 부모들이 바로 뒤편에 있는 한국식품점에 들러 장을 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학교가 3부 수업으로 바뀌게 되어 하루에도 서너 번씩 학교를 오가야 하는 학부모들은 아예 자녀들을 데려다 준 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왕집사님네 가게 앞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컵라면이나 김밥으로 점심까지 들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뒤 자녀들이 끝난 뒤 함께 돌아가는 것이다. 왕집사님네는 비디오 대여점을 겸하고 있어 이래저래 토요일이면 식품점을 찾는 사람들로 가게가 북적인다.
가게에 달린 주차장은 자동차 서너 대 세울 수 있는 공간 밖에 없어 대개는 길가 양편에 세우곤 한다. 그런데 가게 주차장 위치가 묘하다. 일을 보고 돌아갈 때마다 잠시 망설이게 된다.
독일의 길은 일방통행 길이 많다. 특히 주택가가 그렇다. 가게 주차장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갈 때면 공연히 한 바퀴를 빙 돌아 다시 가게 앞을 지나서 가야 한다. '공연히'라 한 것은 바로 3미터 정도의 거리 때문이다. 3미터 정도만 일방통행 길을 거꾸로 나오면 굳이 한 바퀴를 돌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아주 길면 엄두를 내지 못하겠지만 기껏 3미터 정도, 차가 없을 때 잠깐 뒤로 나오면 편하게 갈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곤 한다.
지난번 집사님네를 다녀오며 바로 그 3미터 거리를 3미터의 유혹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부턴 망설이지 않고 빙 돌아서 가기로 했다. 3미터라 사소해 보이지만 유혹은 늘 그렇게 사소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법, 작은 일에서부터 자신을 경계하기로 했다. (2003.5.5)ⓒ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왕집사님네가 새로 개업한 식품점 '서울마트'는 프랑크푸르트 시내 한 복판에 있다. 메세와 중앙역 사이에 있는 괴테 김나지움 뒤편에 자리잡고 있으니 시내 중심이라면 중심인 셈이다.
괴테 김나지움은 독일학교지만 주말이면 한국학교가 된다. 자체 건물을 갖고있지 못한 한국학교는 매주 토요일마다 괴테 김나지움을 빌려서 학교로 쓰고 있다. 같은 땅에 살면서도 자체 건물을 가지고 평일에도 일본어로 수업을 하는 일본학교와는 대조적이다. 여러 가지 되돌아볼 점이 있다고 여겨진다.
한국학교 뒤편이다 보니 한국학교가 열리는 토요일에는 가게가 붐빈다. 자녀들을 학교에 데려다 준 부모들이 바로 뒤편에 있는 한국식품점에 들러 장을 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학교가 3부 수업으로 바뀌게 되어 하루에도 서너 번씩 학교를 오가야 하는 학부모들은 아예 자녀들을 데려다 준 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왕집사님네 가게 앞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컵라면이나 김밥으로 점심까지 들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뒤 자녀들이 끝난 뒤 함께 돌아가는 것이다. 왕집사님네는 비디오 대여점을 겸하고 있어 이래저래 토요일이면 식품점을 찾는 사람들로 가게가 북적인다.
가게에 달린 주차장은 자동차 서너 대 세울 수 있는 공간 밖에 없어 대개는 길가 양편에 세우곤 한다. 그런데 가게 주차장 위치가 묘하다. 일을 보고 돌아갈 때마다 잠시 망설이게 된다.
독일의 길은 일방통행 길이 많다. 특히 주택가가 그렇다. 가게 주차장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갈 때면 공연히 한 바퀴를 빙 돌아 다시 가게 앞을 지나서 가야 한다. '공연히'라 한 것은 바로 3미터 정도의 거리 때문이다. 3미터 정도만 일방통행 길을 거꾸로 나오면 굳이 한 바퀴를 돌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아주 길면 엄두를 내지 못하겠지만 기껏 3미터 정도, 차가 없을 때 잠깐 뒤로 나오면 편하게 갈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곤 한다.
지난번 집사님네를 다녀오며 바로 그 3미터 거리를 3미터의 유혹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부턴 망설이지 않고 빙 돌아서 가기로 했다. 3미터라 사소해 보이지만 유혹은 늘 그렇게 사소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법, 작은 일에서부터 자신을 경계하기로 했다. (2003.5.5)ⓒ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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