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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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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1 마음에 걸리는 것
얼마 전 한 모임에 참석을 했다가 아는 분을 만났다. 아는 분이라 하지만 전에 한 번 만나 인사를 나눈 정도였다. 잘 지내시는지 안부를 여쭸는데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여러 해 동안 투병 생활을 해오던 아내가 몇 달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였다.
아내를 병으로 먼저 보내게 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아파 위로의 말씀을 나누게 되었다. 병이 들어 자리에 누워있는 아내에게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었을까, 그 분이 아내 이야기를 차분하게 이어갈 때 이야기 속에서 아내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느낄 수가 있었다.
문득 한 노인이 했던 말이 떠올라 그 분께 위로 삼아 이야기를 해 드렸다. 아내를 먼저 보낸 노인이 장례를 마치고 장례 때 수고해 준 이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이야기 끝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내의 병 수발을 할 때는 사실 나도 괴로웠습니다. 늙은 몸으로 아내의 병 수발을 하자니 힘이 들었지요. 하지만 막상 아내를 보내고 나니 그런 고통도 아내가 나에게 준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고통도 사랑이었다는, 인생의 깊은 황혼기에 선 노인이 들려주는 나직한 이야기가 뭉클하게 마음에 남아있었다. 아내를 보낸 지 이제 몇 달, 아직도 아내의 빈자리가 믿어지지 않겠다고 하자 그분이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지금도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아내가 나를 맞아줄 것만 같아요. 아내가 떠난 것이 이적지 실감이 안 나지요. 비록 아내가 여러 해 동안 병으로 누워 있었지만 싫은 마음 없이 아내를 보살폈어요.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요. 병이 깊어갈수록 아내는 점점 어린아이가 되어갔어요.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아픈 몸을 겨우 일으키며 자기를 꼭 끌어 안아달라고는 했지요. 하루종일 밖에서 일을 하고 왔으니 몸은 피곤하지, 몸에는 땀도 배었
지, 병든 아내 몸은 바짝 말랐지, 그 때마다 아내를 안아 주기는 했는데 늘 어정쩡하게 안아주고는 했어요. 그게 마음에 걸려요. 왜 그 때 꼭 끌어 안아주지 못했을까, 좀 더 꼭 끌어안아 줄 것을, 그런 게 마음에 남아요."
큰 집 못 사주고 좋은 옷에 좋은 음식 못 사 준 것이 아니라, 아내를 좀 더 꼭 끌어안아 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지금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한 사람들일 수 있고, 우리의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짧을 수 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좀 더 따뜻하게 끌어안아 주는 것, 우리 삶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그렇게 눈물겹도록 단순한 일임을 아프고 간절한 마음으로 인정을 해야 했다. (2003.6.10)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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