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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를 잡아라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845 추천 수 0 2004.01.02 11: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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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8 여우를 잡아라

 

전해오는 우리 옛 이야기 중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소금장수가 살고 있었다. 이 마을 저 마을로 소금을 팔러 다니는 소금장수였다. 하루는 소금을 잔뜩 지고 가다가 이상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갑자기 길가 무덤이 들썩들썩 하는 것이 아닌가.
저게 웬 조화인가 싶어 숨어서 지켜보니 무덤에서 꼬리가 허옇게 센 여우가 한 마리 나오는 것이었다. 여우는 그 자리에서 재주를 세 번 넘더니 호호백발 할머니로 둔갑을 하였다. 그리고는 산아래 마을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소금장수가 숨어있던 데서 나와 여우 뒤를 살금살금 따라가니 어떤 집으로 들어가는데, 마침 그 집에서는 큰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잔치집에서는 여우가 둔갑한 것도 모르고 할머니가 오셨다고 큰 상을 차려 대접을 하였다. 그 때 소금장수가 뛰어들어 지게 작대기로 할머니 머리를 내려치니 그 자리에서 꼬리가 허옇게 센 여우가 죽어 넘어졌다. 사람들은 크게 놀라면서 소금장수를 칭찬하고는 푸지게 상을 보아 대접을 했다.
이 모습을 본 한 욕심쟁이가 비싼 돈을 주고 지게 작대기를 샀다. 그 지게 작대기만 있으면 자기도 사람들에게 칭찬도 듣고 대접도 받겠다 싶었다. 작대기를 가지고 이웃 마을을 찾아가니 마침 그 마을에서도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잔치가 벌어지는 마당 한 구석에는 역시 호호백발 할머니가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다.
'옳지 됐다, 내 저놈 여우를 때려잡아 칭찬도 듣고 대접도 받으리라'
욕심쟁이가 지게 작대기를 들어 할머니 머리를 힘껏 내리치니 할머니가 죽었는데, 여우가 아니라 진짜 할머니였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이 놈이 사람잡는 사람백정이라며 마구 때리니 욕심쟁이는 그 자리에서 매를 맞아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똑같은 지게 막대기였지만 소금장수가 사용했을 때는 사람으로 둔갑한 여우를 잡았지만, 욕심쟁이가 사용했을 때는 사람을 잡고 만다. 지게 작대기가 달랐던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마음으로 사용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던 것이다.
이 사회를 보면 참으로 여우가 둔갑을 한 것이 틀림없다 여겨질 만큼 못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그럴듯한 조화를 부려 사람들의 정신을 흐리게 하고선 온갖 못된 짓을 다 한다. 여우가 자신의 정체를 감추려니 얼마나 그럴듯한 일을 하겠는가. 사람들은 여우가 부리는 그 재주 때문에 여우의 정체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가 하는 짓을 인정하며 따르게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우와 사람을 구별하는 밝은 눈이다. 사람으로 둔갑한 여우와 참 사람을 구별하되 사람으로 둔갑한 여우가 있거들랑 단번에 때려잡는 용기도 필요하다 하겠다. (2003.7.28)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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