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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 사택을 이사하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869 추천 수 0 2004.01.09 11: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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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택을 이사하였다. 독일에 와서 사택은 교회문제 만큼이나 복잡한 과정을 겪어왔다.
2년 전 가을, 홀로 독일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교우들은 원룸 하나를 임대해 놓고 있었다. 예배당에 사택이 있지만 사임한 전임자가 아직 사택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임대해 놓은 원룸을 손해를 감수하며 취소를 했다. 어려운 교회 형편에 무슨 호강인가 싶었다. 다행히 예배당 지하에는 한 때 부목사가 쓰던 방이 한 칸 있었고, 다른 큰 불편은 없었다. 샤워를 할 수 없는 불편은 이따금 교우 가정에서 해결을 하곤 했다.
시간이 흘러 성탄절을 앞두고 가족들이 독일로 들어왔지만 금방 해결될 줄 알았던 교회문제는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가족들이 들어오기 전 사택을 비워 가족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겠노라 했던 전임자의 약속은 공수표였다. 그 해 겨울을 가족들과 함께 지하교육관에서 지냈다. 싫도록 내리는 비, 언제가 낮인가 싶게 잠깐 밝았다 이내 어두워지는 날씨, 그 해 겨울은 유난스럽게도 음산했고 을씨년스러웠다.
겨울을 가족들과 함께 지하교육관에서 지내는 것도 이내 한계에 부딪혔고, 서둘러 구한 것이 쏘센하임에 있는 아파트였다. 허름하긴 하나 널찍해서 좋았다. 4층인지라 환한 것이 무엇보다도 좋았다. 대부분 터키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여서 조금은 지저분하고 소란스러웠지만, 그런 점이 편하기도 했고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지기도 했다.
막내 규영이는 걸어서 동네에 있는 학교에 가고 규민이와 소리는 버스를 한 번 갈아타며 학교에 다니는 등, 쏘센하임 생활에 익숙해졌다 싶었는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어느 날부턴가 더운물이 나오지를 않았다. 세입자들이 월세를 제대로 내지 못하자 집주인들이 시에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았던 것 같고, 그러자 더운물이 끊긴 것이었다.
마침 이종현 집사님이 박사학위를 막 끝낸 상태였고, 집사님이 서둘러 집을 알아보았다. 그래서 정한 곳이 슈발바하에 있는 라인하우스였다. 자고로 사택이란 지내기는 불편해도 마음이 편한 곳이 제일, 어려운 교회살림에 라인하우스로 이사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달리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당이 딸린 집이고 침실이 2층, 거실이 1층이다. 짐 정리를 마치고 거실에 앉으니 문득 창 밖 나무가 새롭게 보인다. 4층 아파트에 살 때는 나무를 내려다보며 살았는데, 1층에 앉으니 나무가 제대로 보인다. 생각지도 원하지도 않았던 또 한번의 이사, 이 새로운 거처에서 새롭게 보이는 것이 저 나무만이 아니기를. (2003.9.1)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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