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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 깨진 컵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189 추천 수 0 2004.01.17 12: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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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부엌을 지나가다 보니 창가에 전에 못 보던 것이 놓여 있었습니다. 유리컵 안에 파랗게 솟아오른 싹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 그 모습이 앙증맞게 보였습니다. 유리컵 가득 빽빽하게 자리잡은 줄기도 그렇고, 줄기 끝 다투듯 피어나 서로 창밖 구경을 하려고 고개를 내밀고 선 연초록 잎새들도 그렇고 여느 화초 못지 않게 예쁜 모습이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은 콩나물이었습니다. 콩나물로 반찬을 하던 아내가 한 옴큼 콩나물을 따로 집어내 유리컵에 물을 부어 담아 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컵 속에 담긴 콩나물이 계속 실뿌리를 뻗으며 자라 노랗던 머리가 파란 싹으로 바뀐 것이지요. 콩나물을 반찬으로만 생각했던 내게는 신기하고도 재미난 모습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였습니다. 보니 콩나물이 담긴 컵에 물이 거반 떨어져 있었습니다. 콩나물 싹이 마를까 싶어 바가지에 물을 떠서 컵을 채웠지요.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물을 채우다보니 물이 아직 다 차지도 않았는데, 물이 줄줄 밖으로 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가만 보니 그도 그럴 만 했습니다. 콩나물을 담아둔 컵은 깨진 컵이었습니다. 콩나물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컵 뒤쪽은 이가 빠진 것처럼 깨어지고 약간 금이 가 있었습니다. 깨진 컵을 버리지 않고 콩나물을 담아 화병처럼 쓰고 있는 걸, 그것도 모르고 물을 주었으니 물이 샐 수 밖에요.
그것은 작은 깨달음이었습니다. 깨진 컵에 물을 채울 수 있는 높이는 컵의 높이가 아니라 깨진 부분까지였습니다. 아무리 물을 부어도 깨진 높이 이상을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비록 뒤에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물을 부어보면 대번 알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큰 그릇이라 할지라도 어느 한 구석이 깨져 있으면 그것이 그의 한계가 됩니다. 우리가 아무리 높이 자라 성공한다 할지라도 어느 한 구석 우리의 인격이나 신앙이 깨져 있다면, 바로 그것이 우리의 한계가 되는 것이지요. 남이 알지 못하는 내 마음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혹 깨진 부분은 없는지, 있다면 깨진 곳부터 메우고 시작하는 성실함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2003.11.10)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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