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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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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농으로 들으십시오, 제 머릿속 서툰 상상일 뿐입니다.
늦은 밤 트럭을 몰고 자유로를 달리던 김씨는 급하게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누군가가 차를 세웠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경찰이지 싶었습니다. 차를 세운 김씨는 잠깐 동안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안전띠도 맸고, 규정 속도도 지켰고, 그렇다고 음주 운전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뭐 하나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차를 세웠을까, 그 때 갑자기 환한 불빛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눈을 뜨고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을 만큼 눈부신 불빛이었습니다.
잠시 후 불빛 속에서 나타난 사람은 경찰이 아니었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 아니? 텔레비전에서 보던 이경규 씨가 마이크를 들고 다가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사태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가 있었습니다. 몇 번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는 '양심 냉장고', 바로 그 '양심 냉장고'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총알처럼 차들이 달리는 자유로를 김씨는 천천히 음악을 들으며 달려오던 중이었습니다. 밤이 늦은 시간이기도 했고, 배달을 다 마친 피곤한 상태였던지라 졸음도 쫓을 겸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천천히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습니다.
규정 속도를 지키는 사람에게 냉장고를 선물로 주는 프로그램이었기에 서너 시간 째 도로에서 기다렸지만 규정 속도를 지킨 사람이 없었다며, 오히려 이경규 씨가 구세주를 만난 듯 그렇게 반가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초겨울 밤의 추위는 만만하질 않았습니다.
양심 냉장고를 타게 된 소감을 물었을 때 김씨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습니다.
"고맙지만 지는 그 상을 받지 않겠심더."
"네? 왜요???"
뜻밖의 대답에 이경규 씨의 두 눈이 코에 걸치고 있는 안경알만큼이나 커졌습니다.
"요행히 오늘은 천천히 달렸지만 사실 지두 바쁘면 빨리 달립니더. 그러구, 지가 알구 있기룬 상이란 게 특별히 잘한 일이 있어야 받는 거지 당연한 일을 한 사람이 무신 상을 받십니꺼? 그러니 지가 무슨 염치루 그 상을 받겠심니꺼?"
이경규 씨의 떡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줄 모르고 있을 때, 그러거나 말거나 김씨는 차를 몰고 길을 떠나버렸습니다. 뿌듯하게 입맞춤을 기다리던 커다란 양심 냉장고와 풍선을 손에 들고 기다리던 미녀 두 사람도 멍하니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트럭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양심에 대한 대가를 적당히 찾아가는 사람이 있어야 방송도 가능한 법, 그렇게 사라진 김씨의 모습을 방송으로 내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방송국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나요.
물론 제 서툰 상상일 뿐입니다만..... 2004.6.28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늦은 밤 트럭을 몰고 자유로를 달리던 김씨는 급하게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누군가가 차를 세웠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경찰이지 싶었습니다. 차를 세운 김씨는 잠깐 동안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안전띠도 맸고, 규정 속도도 지켰고, 그렇다고 음주 운전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뭐 하나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차를 세웠을까, 그 때 갑자기 환한 불빛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눈을 뜨고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을 만큼 눈부신 불빛이었습니다.
잠시 후 불빛 속에서 나타난 사람은 경찰이 아니었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 아니? 텔레비전에서 보던 이경규 씨가 마이크를 들고 다가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사태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가 있었습니다. 몇 번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는 '양심 냉장고', 바로 그 '양심 냉장고'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총알처럼 차들이 달리는 자유로를 김씨는 천천히 음악을 들으며 달려오던 중이었습니다. 밤이 늦은 시간이기도 했고, 배달을 다 마친 피곤한 상태였던지라 졸음도 쫓을 겸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천천히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습니다.
규정 속도를 지키는 사람에게 냉장고를 선물로 주는 프로그램이었기에 서너 시간 째 도로에서 기다렸지만 규정 속도를 지킨 사람이 없었다며, 오히려 이경규 씨가 구세주를 만난 듯 그렇게 반가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초겨울 밤의 추위는 만만하질 않았습니다.
양심 냉장고를 타게 된 소감을 물었을 때 김씨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습니다.
"고맙지만 지는 그 상을 받지 않겠심더."
"네? 왜요???"
뜻밖의 대답에 이경규 씨의 두 눈이 코에 걸치고 있는 안경알만큼이나 커졌습니다.
"요행히 오늘은 천천히 달렸지만 사실 지두 바쁘면 빨리 달립니더. 그러구, 지가 알구 있기룬 상이란 게 특별히 잘한 일이 있어야 받는 거지 당연한 일을 한 사람이 무신 상을 받십니꺼? 그러니 지가 무슨 염치루 그 상을 받겠심니꺼?"
이경규 씨의 떡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줄 모르고 있을 때, 그러거나 말거나 김씨는 차를 몰고 길을 떠나버렸습니다. 뿌듯하게 입맞춤을 기다리던 커다란 양심 냉장고와 풍선을 손에 들고 기다리던 미녀 두 사람도 멍하니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트럭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양심에 대한 대가를 적당히 찾아가는 사람이 있어야 방송도 가능한 법, 그렇게 사라진 김씨의 모습을 방송으로 내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방송국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나요.
물론 제 서툰 상상일 뿐입니다만..... 2004.6.28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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