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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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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이 쓴 책 중에 '열하일기'가 있습니다. 1780년 중국의 건륭황제 만수절(70세) 축하사절단과 함께 6개월 간 중국을 다녀와서 쓴, 일종의 연행록이지요.
'열하'는 연암의 최종 행선지였습니다. 당시 건륭황제는 중국황제들의 여름 별궁인 하북성 동북부 지역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 곳에 온천들이 많아 '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는다' 하여 '열하'(熱河)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열하일기'에는 6개월 간의 장정 속에서 일어난 많은 일화들이 재미있게 소개되고 있는데, '호곡장'(好哭場)이란 글도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여행 중에 만난 '통곡하기 좋은 곳'이라니, 사연이 궁금해집니다.
연암 일행은 가마를 타고 강 하나를 건너 산모롱이를 접어드는 순간 1천 2백 리에 걸쳐 산 하나 없이 아득히 펼쳐지는 요동벌판을 만나게 됩니다. 끝 모르게 펼쳐진 평원을 보는 순간 그 엄청난 규모에 압도당한 연암은 이렇게 독백을 합니다.
"내 오늘에 처음으로 인생이란 본시 아무런 의탁함이 없이 다만 하늘을 이고 땅을 밟은 채 떠돌아다니는 존재임을 알았다."
그리고는 말 위에서 사방을 둘러보다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데, 그 말이 참 인상적입니다.
"아, 참 좋은 울음터로다. 가히 한 번 울만 하구나."
드넓은 요동벌판을 바라보며 한갓 경치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한 번 울어 볼만한 참 좋은 울음터로 새기고 있는 연암의 마음이 돋보입니다. 혹시 한 번 울어 볼만한 참 좋은 울음터를 알고 있는지요?
울음과 관련, 최근에 재미난 소식을 들었습니다. 중국 난징(南京)시에 '우는 방'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난징 시의 한 호텔에 마음놓고 울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우는 방'을 만들고 시간당 50위안(약 7,000원)이라는 적지 않은 요금을 받고 영업 중이라는 것입니다.
이 업소의 이름은 '마음껏 우는 방'으로 3평도 되지 않는 방에는 사무실용 탁자 2개와 소파 1개가 놓여 있으며 탁자 위에는 고춧가루 물과 통마늘 등 눈물을 짜낼 수 있는 보조도구들이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손님들이 감정이 격해졌을 때 마구 던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유리잔 1상자도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업소의 사장 말에 의하면 하루 평균 10여명이 '우는 방'을 찾는데, 이용하는 사람의 80%는 여성이며, 은행 부행장 등 화이트칼라가 많다는 것입니다.
200여 년 전 중국을 기행하며 쓴 연암의 '호곡장'과 최근에 중국에서 성업 중이라는 '우는 방'이 서로 대조를 이루며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답답하고 우울한 일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마음 속에 쌓이는 스트레스와 울분, 서러움과 외로움을 어디 쏟아놓을 데가 없는 것이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호텔의 '우는 방'이 아니라 '한 번 울어 볼만한 참 좋은 울음터'인 나만의 장소를 찾아 마음껏 마음 속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다면 세상은 한결 가볍고 새로워질 수 있을텐데요. 2004.7.25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열하'는 연암의 최종 행선지였습니다. 당시 건륭황제는 중국황제들의 여름 별궁인 하북성 동북부 지역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 곳에 온천들이 많아 '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는다' 하여 '열하'(熱河)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열하일기'에는 6개월 간의 장정 속에서 일어난 많은 일화들이 재미있게 소개되고 있는데, '호곡장'(好哭場)이란 글도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여행 중에 만난 '통곡하기 좋은 곳'이라니, 사연이 궁금해집니다.
연암 일행은 가마를 타고 강 하나를 건너 산모롱이를 접어드는 순간 1천 2백 리에 걸쳐 산 하나 없이 아득히 펼쳐지는 요동벌판을 만나게 됩니다. 끝 모르게 펼쳐진 평원을 보는 순간 그 엄청난 규모에 압도당한 연암은 이렇게 독백을 합니다.
"내 오늘에 처음으로 인생이란 본시 아무런 의탁함이 없이 다만 하늘을 이고 땅을 밟은 채 떠돌아다니는 존재임을 알았다."
그리고는 말 위에서 사방을 둘러보다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데, 그 말이 참 인상적입니다.
"아, 참 좋은 울음터로다. 가히 한 번 울만 하구나."
드넓은 요동벌판을 바라보며 한갓 경치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한 번 울어 볼만한 참 좋은 울음터로 새기고 있는 연암의 마음이 돋보입니다. 혹시 한 번 울어 볼만한 참 좋은 울음터를 알고 있는지요?
울음과 관련, 최근에 재미난 소식을 들었습니다. 중국 난징(南京)시에 '우는 방'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난징 시의 한 호텔에 마음놓고 울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우는 방'을 만들고 시간당 50위안(약 7,000원)이라는 적지 않은 요금을 받고 영업 중이라는 것입니다.
이 업소의 이름은 '마음껏 우는 방'으로 3평도 되지 않는 방에는 사무실용 탁자 2개와 소파 1개가 놓여 있으며 탁자 위에는 고춧가루 물과 통마늘 등 눈물을 짜낼 수 있는 보조도구들이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손님들이 감정이 격해졌을 때 마구 던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유리잔 1상자도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업소의 사장 말에 의하면 하루 평균 10여명이 '우는 방'을 찾는데, 이용하는 사람의 80%는 여성이며, 은행 부행장 등 화이트칼라가 많다는 것입니다.
200여 년 전 중국을 기행하며 쓴 연암의 '호곡장'과 최근에 중국에서 성업 중이라는 '우는 방'이 서로 대조를 이루며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답답하고 우울한 일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마음 속에 쌓이는 스트레스와 울분, 서러움과 외로움을 어디 쏟아놓을 데가 없는 것이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호텔의 '우는 방'이 아니라 '한 번 울어 볼만한 참 좋은 울음터'인 나만의 장소를 찾아 마음껏 마음 속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다면 세상은 한결 가볍고 새로워질 수 있을텐데요. 2004.7.25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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