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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8 언어는 존재의 집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565 추천 수 0 2004.11.23 15: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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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쳐야 할 버릇 중에 남을 험담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다른 이에 대해 말할 때 그에 대해 좋게 말하는 모습을 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칭찬보다는 험담하는 모습을 오히려 흔하게 보게 됩니다. 어떤 때는 여럿이서 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험담하는 경우도 봅니다.
"험담은 살인보다도 위험하다. 살인은 한 사람만을 죽이지만 험담은 반드시 세 사람을 죽인다. 험담을 퍼뜨리는 사람, 그것을 부정하지 않고 듣고 있는 사람, 그리고 화제가 되어있는 사람."
탈무드에 나와있는 말입니다. 험담이 그렇게 모두를 죽이는 일이라면 칭찬은 모두를 살리는 일, 그 좋은 일에 왜 우리가 인색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꼭 지적할 일이 있으면 그 사람 앞에서 조심스레 하는 것이 옳을 것 같고, 칭찬할 일이 있으면 그 사람이 없는 데서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면전에서 하는 칭찬은 자칫 아부처럼 비춰질 수 있겠고, 뒤에서 하는 지적은 험담으로 여겨지기가 쉽겠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유명한 배우이자 가수인 슈레더가 전성기가 지났을 때였습니다. 그가 함부르크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기차를 타고 갈 때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기차 안에 있던 손님들이 슈레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 때 한 부인이 슈레더의 목소리는 한물 갔고, 연예인으로서도 생명이 다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부인의 이야기를 들은 부인 앞자리에 앉아있던 한 신사가 빙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 가수에게 직접 말씀하지 그러십니까? 바로 당신 앞에 앉아 있으니까요."
그러자 슈레더에 대해 비판했던 부인은 몹시 당황해 하며 장황하게 사과와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얼토당토않은 저의 말을 용서하세요. 사실 제가 한 말들은 신문에 실린 바보 같은 연애기자들의 말이에요. 그런 악랄한 기자 말을 믿지 말아야 하는데. 그 기자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그러자 이번에는 슈레더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 기자에게 직접 말씀하지 그러세요. 바로 당신 앞에 앉아 있으니까요."
만약 슈레더를 칭찬하는 말을 슈레더 앞에서 했다면 서로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얼마나 좋은 만남을 가졌을까 싶습니다. 내가 누군가에 대해 무슨 말을 하든 그 말은 결국 그 사람에게로 전해집니다. 대개는 과장되어 전해지기 마련이지요. 내가 한 작은 칭찬의 말은 큰 칭찬의 말로 전해지고, 작은 지적은 큰 험담으로 전해집니다. 누군가에게 한 칭찬은 내 인격의 훌륭함과 함께 전해지고, 누군가를 험담하는 말은 내 인격의 부족함과 함께 전해집니다.    
그러고 보면 그가 하는 말은 곧 그의 인격이며, 그 자신이기도 합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한 철학자의 말은 그렇게 우리의 삶 아주 가까운 곳에 구체적인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2004.9.5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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