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2154 미발이와 빈대콩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572 추천 수 0 2004.12.03 21:26:59
.........
특별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얼 쫓느라 그리 바쁜지,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무엇에 쫓기느라 정신이 없는지 분주하게 살다보면 시간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됩니다. 하루는 고사하고 달력을 넘기면서야 시간의 흐름을 짐작할 뿐 대개의 경우 무감각하게 많은 시간이 흘러가곤 합니다.
어느새 봄 시작했다 싶은데 이내 여름이 되고, 여름인가 싶게 가을이 가고, 그리고 겨울이 오면 또 한 해가 가고, 언젠가부터 세월은 아예 우리를 비껴가듯 아무런 느낌도 없이 저만의 속도로 지나가 버리곤 합니다. 잠을 자다 머리맡에 떨어진 사과에 놀라 토끼가 뛸 때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고 덩달아 뛰던 숲 속 동물들이 우리들 모습일 때가 많습니다.
어느덧 절기가 '한로'(寒露)를 지났습니다. 찬이슬 맺히는 한로에 접어들면 농부들의 손길은 분주해 집니다. 들판에 국화꽃 향기 그윽하게 퍼질 때면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집니다. 그러다가 언제 서리가 느닷없이 내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그 전에 빨리 추수를 끝내려는 농부의 손길은 바쁠 수밖에 없습니다. 서리가 내리도록 곡식을 거두어들이지 못하면, 곡식은 불에 덴 듯 모두가 타 죽고 말아 소용이 없어지고 맙니다.
가을 추수 때가 되면 어렵지 않게 들었던 말 중에 '미발이'와 '빈대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발이와 빈대콩이라는 말이 사전에 나와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나이가 지긋한 마을 어른들은 추수 때가 되면 미발이와 빈대콩 이야기를 흔하게 하곤 했습니다.
제가 짐작하는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빈대콩'은 이름 그대로 빈대처럼 생긴 콩을 의미할 것입니다. 깍지 속에 빈대처럼 자리잡은 납작한 콩, 익다가 만 콩이겠지요. 제대로 익어야 야무진 콩이 되는데, 익다가 만 콩은 겨우 콩의 모양을 갖춘 채 납작하게 자리를 잡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더 두면 더 자랄 형편도 아닙니다. 서리가 내리면 추수를 미룰 수가 없어 서둘러 모든 것을 거둬들여야 하기에 더 이상은 시간의 여유가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발이'는 미발(未發)에서 온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충분히 익지 않은 곡식들을 이르는 말이겠지요.
제 짐작이 틀리지 않는 것이라면 미발이와 빈대콩은 익다가 만 곡식, 익다가 만 콩을 이르는 말일 터인데 미발이와 빈대콩은 그런 이유로 소용이 애매합니다.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먹을 수가 없어 천상 짐승의 먹이가 될 뿐입니다.
익다가 만 애매한 상태, 미발이와 빈대콩 이야기가 재미있고 편하게만 들리지 않는 것은 우리의 삶이 그러기가 얼마나 쉬울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서도 철없이 살다가 애매한 상태로 마감하는 생이 적지 않겠다 싶기 때문입니다. '철들자 망령'이라는 속담은 그런 가능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겠지요.
허전하기 그지없는 삶, 미발이와 빈대콩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때를 어김없이 따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2004.10.17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582 이해인 설날 아침 이해인 2004-07-05 1567
6581 이현주 외식하는 자들 이현주 2004-04-20 1568
6580 홍승표 [김형영] 기도 홍승표 2004-05-22 1568
6579 이해인 소나무 연가 이해인 2004-07-13 1569
6578 이해인 새 힘을 주소서 이해인 2012-12-31 1570
6577 김남준 너희 자신을 위해 울라 김남준 2013-10-08 1570
6576 한희철 물푸는 선수 한희철 2002-03-14 1571
6575 홍승표 [로베르토] 내가 만일 홍승표 2004-05-22 1571
6574 한희철 2178. 소중한 것과 하찮은 것 한희철 2005-11-04 1571
6573 이해인 내가 비어 있음으로 편안하구나 이해인 2006-08-04 1571
6572 이현주 그랜저를 타던 친구가 차를 프라이드로 바꾸더니 한 마디 한다 이현주 2013-06-23 1571
6571 이현주 인생은 기약 없는 슬픔의 행보(行步)! 이현주 2013-07-02 1571
6570 이현주 유혹 이현주 2004-05-02 1572
» 한희철 2154 미발이와 빈대콩 한희철 2004-12-03 1572
6568 한희철 2168. 난 당신이 자랑스럽답니다 한희철 2005-10-04 1572
6567 김남준 사단이 삼킨 낚시바늘 김남준 2013-09-01 1572
6566 한희철 2219. 가장 행복한 상 한희철 2005-12-17 1573
6565 한희철 2225. 나부터 시작하자 한희철 2005-12-17 1573
6564 한희철 2201. 잘익은 사람 하나 한희철 2005-12-10 1576
6563 이현주 달팽이는 느리지 않다 이현주 2013-07-02 1576
6562 홍승표 [이면우] 봄 밤 홍승표 2004-05-29 1577
6561 한희철 2235. 아름다운 춤 한희철 2005-12-30 1579
6560 김남준 당신의 관심사는 무엇입니까? 김남준 2013-09-09 1579
6559 김남준 조국 교회와 부흥 김남준 2002-01-11 1580
6558 김남준 진리의 빛 김남준 2013-04-09 1580
6557 이현주 시가 시인보다 크다. 이현주 2013-01-28 1586
6556 김남준 진리에 대한 신자들의 잘못된 교훈으로의 방해 김남준 2013-04-16 1586
6555 이현주 나만 쓰다듬어달라고? 이현주 2013-01-28 1587
6554 김남준 진리에 대한 신자들의 그릇된 삶으로의 방해 김남준 2013-04-16 1587
6553 한희철 2213. 아버지 한희철 2005-12-16 1588
6552 한희철 2228 원수는 원수를 부를 뿐이다 한희철 2005-12-21 1589
6551 한희철 2253. 말 많음에 대하여 한희철 2006-01-21 1589
6550 김남준 벽 앞에서 드린 예배 김남준 2004-06-19 1590
6549 이해인 여름이 오면 이해인 2004-07-05 1590
6548 한희철 2189. 삶이 곧 길이 되는 한희철 2005-11-28 1590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