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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귀가

홍승표 홍승표............... 조회 수 2616 추천 수 0 2005.02.01 21:52:03
.........
292 귀가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있었다.
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
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
총총히 돌아서 갔다.
그들은 모두 낯선 거리를 지치도록 헤매거나
볕 안 드는 사무실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일을 하였다.
부는 바람 소리와 기다리는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지는 노을과 사람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밤이 깊어서야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돌아와
돌아오기가 무섭게 지쳐 쓰러지곤 하였다.
모두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의 몸에서 조금씩 사람의 냄새가
사라져 가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터전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쓰지 못한 편지는
끝내 쓰지 못하고 말리라
오늘 하지 않고 생각 속으로 미루어둔
따뜻한 말 한마디는
결국 생각과 함께 잊혀지고
내일도 우리는 여전히 바쁠 것이다.
내일도 우리는 어두운 골목길을
지친 걸음으로 혼자 돌아올 것이다 (도종환)

(시 노래 동인 '나팔꽃'공연이 청주에서 있었습니다.
그 공연에서 도종환 선생이 낭송하는 '귀가'를 들었습니다.
시집에서 언젠가 읽었던 시였는데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시는 새로움으로 다가오더군요.
오늘 사람답게 사는 길을 찾아 걸어가는 것만이
잘 사는 거라고 깨우쳐주는 울림이 제 가슴에
오랜 여운으로 남아있습니다.-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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