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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바다

이해인 이해인............... 조회 수 2402 추천 수 0 2005.05.17 12: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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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바다

아무도 몰래 멍든 가슴을
어둠에 풀어 놓고
바다는 이제사 울고 있다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한 이들을 위해
살아서도 유서를 쓰려는 이들을 위해
아무런 위로의 말도 뱉을 수 없는
메마른 제 심장을 실연당한 젊음을
소리내어 울고 있다

피 냄새 석유 냄새 엉겨붙은 세상에
시퍼런 꿈을 팔다
목이 쉰 바다

귀먹은 자들이 귀찮아 내다버린
십자가를 혼자서 지고
새벽을 낳고 싶은 욕망에
신음하고 있다

진통 겪는 産母(산모)처럼 오열을 토하며
승리를 기다리는
어둠의 바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革命(혁명)의 내일을 위해
바다는 엎디어 칼을 갈고 있다 ⓒ이해인(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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