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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4.촛불 하나로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507 추천 수 0 2005.09.28 13: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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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기슭, 혼자 사는 화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싸리 울타리 반쯤이 한쪽으로 기운 허름한 흙벽돌집, 그가 사는 집은 허술했습니다. 쌓인 눈이 파르스름하게 빛나던 늦은 밤, 좁다란 시골길을 휘휘 돌아 막바지에 선 그의 집 앞에 섰을 때, 그의 집은 아무렇게나 웅크리고 앉아 잠이 든 짐승처럼 어둠속 적적했습니다.
  한쪽 편에 흙에 사는 이유가 시(詩)로 적혀 걸린 미닫이문을 열고 집주인인 화가가 나왔을 때, 그의 모습 또한 사는 집과 다르지 않아 허술하기 마찬가지였습니다. 온갖 것의 무장해제, 편했습니다.
  들어선 방 한쪽 구석엔 누군가가 절규하는 듯한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냥 달랑 종이 한 장 걸어 둔 것이지만, 화면 가득 커다랗게 벌린 입은 마치 끝모르는 동굴처럼 깊은 어둠 구덩이로 느껴졌습니다. 짐작한 대로 그건 화가의 자화상이었습니다. 너무 적막하다 싶으면 그 그림을 보는데 그러면 어느 샌지 방안에 소리가 들어찬다는 얘기였습니다.
  그 젊은 화가는 뜻밖에도 흙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흙으로 그림을 그리다니, 몇 개의 통에 담겨 있는 흙과 돌가루들을 보면서도 그 말은 쉬 믿겨지질 않았습니다.
  편하게 누워 있는 덩치 큰 황소, 소위에 올라탄 아이, 아이 품에 안겨 잠든 까치, 맘껏 늘어진 소나무와 그 위에 걸린 둥근 달, 그 모든 그림들은 정말로 흙으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흙을 닮은 질박한 그림들이 여간 정겹지를 않았습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표현 방법으로 흙을 택하기까지 걸렸다는 5년의 세월이 오히려 짧게 느껴졌습니다. 소태 씹듯 실패를 거듭한 5년의 세월은 화가에겐 구도의 길이었을 것입니다.
  치악산 계곡을 지나는 겨울의 밤바람은 맵고도 무서웠습니다. 앵앵, 문풍지 하나 사이로 매서운 바람은 연신 불었지만 오히려 겨울밤 찬바람은 따뜻한 차와 함께 나누는 우리의 이야기를 더욱 정겹게 해 주었습니다.
아무리 추운 날 밤이라도 방에 촛불 하나 켜 두면 방안 물이 얼지 않는다는 화가의 고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얼음 같은 고독을 경험한 자만이 할 수 있는 고백이었습니다.
  약하기 그지없는 촛불 하나, 그러나 그 촛불 하나가 타오름으로써 따로 불을 때지 않아도 긴 긴 겨울밤 방안의 온기를 지키다니, 화가의 고백이 내겐 현자의 잠언처럼 들려 왔습니다.
  험하고 쓸쓸한 세상, 몇 몇 사람만이라도 촛불 하나로 타오를 수 있다면 우리 사는 세상 또한 아주 외롭지 만은 않을텐데요. 2004.12.8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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