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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5.녹색별에서 살려면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482 추천 수 0 2005.10.28 10: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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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가며 서서히 기억 속에서 무게가 감하고 있지만, 지난 연말 남아시아에서 일어난 지진해일은 여러 가지 면에서 충격이었습니다. 자연으로 보자면 재채기 한 번 한 것일까요, 그러나 그 한 순간의 요동으로 2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직도 희생자의 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하니 피해의 규모를 짐작하기조차 어렵게 만듭니다. 마침 성탄 연휴기간이라 휴양지를 찾았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함으로 인명피해를 입은 나라가 수십 나라를 넘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자들의 정신적인 충격은 여전히 가시지 않아 밤이면 "살려달라"는 환청에 시달리고, 택시 기사들 사이에선 "택시를 탈 땐 5명이 탔는데, 내릴 때 보니 두 명이더라"와 같은, 아직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일러주는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합니다.
탐사기 호이겐스를 쏘아 올리고 7년여의 세월을 한결같이 날아가 마침내 토성의 최대 위성인 타이탄에 액체 메탄이라는 비가 내리는 것을 확인할 만큼 인간의 능력은 놀랍도록 발전했지만, 짧은 순간 일어난 지진해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할 만큼 인간은 여전히 연약한 존재였습니다.
인근에 있는 동물들은 코앞에 닥쳐온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다들 피했다는데, 사람들만 아무 것도 모른 채 파도를 보면서도 졸지에 피해를 당했으니 우리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부르는 것에도 뻔한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부족한 존재들이었습니다.
지진해일로 인한 엄청난 피해는 자연 앞에 우리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일러주었습니다. 인류란 무한하고 광활한 우주 속에 지구라는 작은 녹색별에서 살고 있는 운명공동체 임을 다시 한 번 일러주었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자연이 주는 은총을 감사하며 정성을 기울여 자연을 보존하지 않는다면,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거나 세계 곳곳에 여전히 만연하고 있는 가난과 배고픔과 질병을 위해 써야 할 돈으로 핵무기와 신무기를 만들고 있다면 언젠가는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심각하게 돌아보게 합니다.
최근 한 대형교회 목사가 쓰나미 재앙과 관련하여 행한 설교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목사의 한 사람으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그는 쓰나미 재앙을 자기와 다른 신앙을 가져 하늘이 내린 '심판'으로 규정했지만, 오히려 성경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여라 하고 이른 것을 너희가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의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태5:43-44)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정죄하고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연 앞에서 인간의 연약함을 돌아보며 서로의 상처를 사랑으로 어루만질 때만이 우리가 이 생명이 일렁이는 녹색별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겸허한 마음으로 배워야 합니다. 2005.2.7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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