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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4.독일에서 생각하는 일본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462 추천 수 0 2005.11.22 22: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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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독일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자녀들은 독일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얼마 전 김나지움 9학년에 다니는 딸이 학교에서 영화를 보러 다녀왔습니다.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Sophie Scholl-die letzten Tage)이라는 영화였습니다. 나치에 항거하던 백장미단의 활동을 통해 나치 시대를 되돌아보는 영화였습니다. 백장미단에 관한 일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라는 책으로도 소개가 된 적이 있었지요. 지난번에는 히틀러의 끔찍한 만행과 최후를 다룬 '몰락'(Untergang)이라는 영화를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하더니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영화만 보고 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영화와 관련된 내용을 수업시간에 공부를 하고, 영화를 보고 온 뒤에는 학생들로 하여금 영화 내용과 관련하여 토론을 하게 하였습니다. 부끄럽고 뼈아픈 반인륜적인 만행, 어쩌면 독일로서는 잊고 싶고 어서 벗어나고 싶은 과거일 것 같은데 오히려 그들은 그 끔찍했던 일들을 자라나는 학생들이 잊어버릴까, 자신들의 치부를 끊임없이 드러내어 학생들에게 고통스럽게 일러주는 노력을 지금껏 계속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는 독일의 ZDF방송사가 황금시간대에 "히틀러의 조력자들(Hitlers Helfer)"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일주일 동안 방송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당시의 만행이 단순히 히틀러 정권에 의해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히틀러 정권의 조력자들, 즉 당시의 교회와 종교인들, 학자들, 정치인들 그리고 일반 독일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방조, 그리고 침묵이 그러한 상황을 가능케 했다는 뼈아픈 지적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다름슈타트라는 도시가 있는데, Darmstadt의 중앙역이 최근에 깨끗하게 보수되었습니다. 중앙역의 전면 출입문으로 사용하고 있는 두 개의 육중한 철문 가운데 벽에는 참으로 의미심장한 팻말이 하나 걸려 있습니다. 기차를 타러 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커다란 출입문을 당겨 열려고 하면, 그 때 작은 시선만 던지면 언제라도 볼 수 있는 곳에 붙여진 팻말입니다.
"Das Geheimniss der Versoehnung heisst Erinnerung"이란 문장인데 "진정한 화해의 열쇠는 기억함으로부터"라는 뜻입니다. 비록 자신들이 행한 부끄러운 만행이지만 그 일을 덮기보다는 오히려 기억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 속에서 진정한 화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독일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행여 같은 일이 반복될까 자신의 잘못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반성하는 독일에 비해 일본의 모습은 아주 다르게 보입니다. 자신들의 과오와 관련하여 최소한의 진실을 인정하는 데에도 인색할뿐더러, 아직도 버리지 못한 야망의 발톱을 드러내곤 합니다.
논어에 보면 '군자는 의(義)를 따르고, 소인은 이익(利)을 따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의로움 대신 이익을 쫓는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진 나라라 하여도 그 나라는 큰 나라일 수 없습니다. 지금 자신들이 어떤 나라인지를 세계에 말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을 일본은 언제쯤이나 깨달을 수 있을는지요.2005.3.22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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