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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3. 사랑의 메아리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952 추천 수 0 2006.11.19 22: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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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3.  사랑의 메아리
  
전에 썼던 글 하나를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 다 큰 조카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니 아주 오래전의 일인 셈입니다. 조카가 쓴 일기와 관련된 글이었습니다. 당시 조카네 반 아이들이 쓴 일기 밑에는 담임선생님이 짧은 글을 써주곤 했는데, 다음과 같은 방식이었습니다.
‘1989년 9월 7일, 목요일
실내화를 안 가지고 학교에 갔다.
빈 실내화 주머니를 가지고 간 것이었다. 맨발로 교실에 있었다.
동생보고 실내화를 가지고 오라고 전화를 했는데도 동생이 실내화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었다.
학교에서 계속 맨발로 지냈다. 집에 와서 물어보니 학교에 가지고 왔는데 잊어버리고 나한테 안 준 것이었다. 다음부터는 꼭 챙겨야지.’

그렇게 일기를 적은 날, 선생님은 조카의 일기 밑에 빨간색 펜으로 다음과 같은 짧은 글을 남겼습니다.
‘그렇게도 정신이 없었니? 6.25땐 아기를 업고 간다는 게 베개를 업고 피난을 간 사람도 있었다더라.’
학급신문을 만들고는 좋아서 ‘헤헤헤’란 말로 끝낸 일기 밑에는 ‘혀까지 내놓고 웃는 거니? 정말 학급신문이 확 달라 보인다. 규애가 쓱쓱 그려놓은 게 아주 예뻐 보인다. 선생님이 보기엔 우리반 것이 가장 잘 만든 것 같다. 하하하.’
새로 사귄 친구가 욕을 잘하는 것을 보고는 ‘난 왜 사귀는 친구마다 그런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적은 일기 밑에는 ‘친구는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야. 서로 노력하다 보면 진정한 친구가 되는 거란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나쁜점 보다는 좋은점을 보도록 하렴.’
아빠가 구두를 사준 얘기를 쓴 일기 밑에는 ‘아침 조회 시간에 규애 구두가 예쁘다 생각했는데, 그게 새로 산 것이구나. 너무 자랑하지 마, 친구들이 샘낼 테니까.’
반 아이들 일기에 일일이 그렇게 대답을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대개의 경우는 ‘검’자가 새겨진 도장 하나를 찍어주면 고만이었을 텐데요. 그렇지만 그 선생님은 아이들의 일기를 찬찬히 읽고는 매번 성실하게 당신의 느낌을 적어주곤 했습니다. 일기에 담긴 아이들의 마음을 꼼꼼하게 헤아리고는 그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말을 따뜻하고 진지하게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그처럼 아름답고 소중한 메아리가 또 어디 있을까요? 아마도 아이들은 자기 자신도 모르게 일기 쓰는 일을 부담으로 여기기보다는, 사랑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선생님이란 거울에 자신의 생활을 비춰보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드는 시간으로 삼았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그 사랑 안에서 아이들은 건강하고 밝게 자랐을 테고요.
누구에게라도 사랑의 메아리를 들려주는 것은 그처럼 아름답고도 소중한 일이지 싶습니다. 2006.4.24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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