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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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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5. 신세계교향곡을 들으며
유별나게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따로 기억하고 좋아하는 곡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중의 한 곡이 드보르작이 작곡한 ‘신세계교향곡’입니다. 중학교 때였나요,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옛 터전 그대로 향기도 좋다’ 그렇게 시작하는 노래를 음악 시간에 배운 적이 있어 더욱 친숙하게 기억되는 곡이지요.
지난 주 드보르작의 고향인 체코 프라하 드보르작 연주 홀에서 신세계교향곡을 듣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사시사철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드는 프라하의 불타 강변에 드보르작 연주 홀이 있었습니다. 드보르작의 흉상이 입구에 세워져 있는 연주 홀은 고풍스럽고 아담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체코가 자랑하는 음악가라 하여 거창하게 건물을 짓고 위용을 자랑하는 대신 프라하의 한 일부처럼 조용히 자리를 잡아 자연스레 어울리는 그 분위기가 오히려 친숙하게 여겨졌습니다.
일부러 드보르작 연주 홀을 찾았던 것은 연주할 곡이 평소 좋아하는 곡이기도 했지만, 지휘를 한국인이 한다는 사실이 더 컸습니다. 빈과 미국 등지에서 공부한 배종훈 지휘자였습니다. 드보르작의 고향에서 드보르작이 작곡한 곡을 한국인이 지휘를 한다는 것은 새로운 기대와 감흥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처음 두 곡, 그린카의 서곡과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할 때만 해도 왠지 연주가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연주자들이 지휘자에 대해 갖는 마음이 표정을 통해 나타는 것 같아 은근히 속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동양인이 지휘를 한다는 것이 심정적으로 거북했던 것 아니었나 모르겠습니다.
잠시 휴식을 하고 마지막으로 연주했던 곡이 신세계교향곡이었습니다. 처음 두 곡이 그러했듯이 배종훈 지휘자는 모든 악보를 암기하여 악보 없이 지휘를 하였습니다. 특히 2악장을 연주할 땐 아예 지휘봉을 앞에 있는 연주자에게 맡기고는 맨손으로 지휘를 하였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 도공이 도자기를 빚듯 세밀하게 음을 이끌어 마치 저녁노을에 물드는 강물처럼 모두의 마음을 적셔 주었습니다.
고국 체코를 떠나 미국에서 생활하며 썼던 곡이기 때문일까요, 신세계교향곡 안엔 떠난 자가 갖는 쓸쓸함과 간절한 그리움이 담겨 있었는데, 2악장 솔로부분을 연주한 잉글리시 혼은 고향을 그리는 애절한 마음을 너무도 잘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연주자들의 태도와 눈빛도 처음 두 곡을 연주할 때와는 사뭇 달라져 지휘자와 호흡을 같이 하여, 드보르작의 숨결을 충분히 전달해 주었습니다.
연주가 모두 끝났을 때, 곳곳에서 사람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참석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오래도록 박수를 보냈는데, 참으로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그 연주를 주목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었는지는 몰라도 드보르작의 고향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연주를 이끈 이가 한국인이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자부심으로 와 닿았습니다. 2006.5.12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유별나게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따로 기억하고 좋아하는 곡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중의 한 곡이 드보르작이 작곡한 ‘신세계교향곡’입니다. 중학교 때였나요,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옛 터전 그대로 향기도 좋다’ 그렇게 시작하는 노래를 음악 시간에 배운 적이 있어 더욱 친숙하게 기억되는 곡이지요.
지난 주 드보르작의 고향인 체코 프라하 드보르작 연주 홀에서 신세계교향곡을 듣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사시사철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드는 프라하의 불타 강변에 드보르작 연주 홀이 있었습니다. 드보르작의 흉상이 입구에 세워져 있는 연주 홀은 고풍스럽고 아담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체코가 자랑하는 음악가라 하여 거창하게 건물을 짓고 위용을 자랑하는 대신 프라하의 한 일부처럼 조용히 자리를 잡아 자연스레 어울리는 그 분위기가 오히려 친숙하게 여겨졌습니다.
일부러 드보르작 연주 홀을 찾았던 것은 연주할 곡이 평소 좋아하는 곡이기도 했지만, 지휘를 한국인이 한다는 사실이 더 컸습니다. 빈과 미국 등지에서 공부한 배종훈 지휘자였습니다. 드보르작의 고향에서 드보르작이 작곡한 곡을 한국인이 지휘를 한다는 것은 새로운 기대와 감흥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처음 두 곡, 그린카의 서곡과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할 때만 해도 왠지 연주가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연주자들이 지휘자에 대해 갖는 마음이 표정을 통해 나타는 것 같아 은근히 속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동양인이 지휘를 한다는 것이 심정적으로 거북했던 것 아니었나 모르겠습니다.
잠시 휴식을 하고 마지막으로 연주했던 곡이 신세계교향곡이었습니다. 처음 두 곡이 그러했듯이 배종훈 지휘자는 모든 악보를 암기하여 악보 없이 지휘를 하였습니다. 특히 2악장을 연주할 땐 아예 지휘봉을 앞에 있는 연주자에게 맡기고는 맨손으로 지휘를 하였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 도공이 도자기를 빚듯 세밀하게 음을 이끌어 마치 저녁노을에 물드는 강물처럼 모두의 마음을 적셔 주었습니다.
고국 체코를 떠나 미국에서 생활하며 썼던 곡이기 때문일까요, 신세계교향곡 안엔 떠난 자가 갖는 쓸쓸함과 간절한 그리움이 담겨 있었는데, 2악장 솔로부분을 연주한 잉글리시 혼은 고향을 그리는 애절한 마음을 너무도 잘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연주자들의 태도와 눈빛도 처음 두 곡을 연주할 때와는 사뭇 달라져 지휘자와 호흡을 같이 하여, 드보르작의 숨결을 충분히 전달해 주었습니다.
연주가 모두 끝났을 때, 곳곳에서 사람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참석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오래도록 박수를 보냈는데, 참으로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그 연주를 주목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었는지는 몰라도 드보르작의 고향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연주를 이끈 이가 한국인이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자부심으로 와 닿았습니다. 2006.5.12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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