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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1. 홀로 오는 것과 쌍으로 오는 것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2717 추천 수 0 2006.12.12 06: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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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낮과 밤으로 이루어지듯, 일 년이 봄과 가을 그리고 여름과 겨울로 이루어지듯 우리의 일상에는 좋은 일과 궂은 일이 반복되며 찾아옵니다. 계속되는 오르막이 없고 끝나지 않는 내리막이 없듯이, 즐겁고 감사한 일과 괴롭고 눈물겨운 일은 서로의 꼬리를 물듯 엇갈려가며 우리를 찾아옵니다.
이 세상 누구라도 복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새해를 맞으며 가장 많이 하는 인사는 “복 많이 받으세요!”입니다. 숟가락에도 ‘복’이라는 글자를 새겨 밥 한 술 먹을 때마다 복도 같이 먹고, 베개에도 ‘복’이라는 글자를 수놓아 잠을 자는 동안에도 복이 찾아오기를 기대합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인생에는 우리가 기대하는 복만 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지 말았으면 싶은 화도 찾아옵니다. 복과 화가 사람을 가려 누구에게는 복만, 누구에게는 화만 찾아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궁전에도 남이 알지 못하는 눈물이 있고, 오두막집에도 남이 알지 못하는 웃음이 있는 법이지요.
우리 속담에 ‘복은 쌍으로 안 오고 화는 홀로 안 온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복이 겹쳐서 오면 좋을 텐데 복은 겹쳐서 오지 않고, 화는 어서 물러갔으면 좋겠는데 꼭 자기 짝이라도 되는 듯 연이어 또 다른 화를 불러들인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렇겠지요, 생각해보니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은 복이 아니라 화를 두고 쓰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 것일까요? 정말로 화는 겹쳐서 오고, 복은 홀로 오는 것일까요? 어디 복이나 화라는 것이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물건이라고 복은 아예 혼자서 오도록 만들고, 화는 짝으로 오도록 만들어졌기야 하겠습니까?
복은 쌍으로 안 오고 화는 홀로 안 온다는 것은 복과 화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그렇다는 뜻일 것입니다. 복이 찾아왔을 때 찾아온 복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모두가 같은 마음일 터, 그러나 복은 마냥 이어지지 않습니다. 생각한 것보다 이내 사라져 아쉬움을 남깁니다.
화가 찾아왔을 때는 어서 물러가기를 바라지만, 쉽게 물러가지를 않습니다. 은근히 마음을 괴롭히며 오래도록 남아있는데 그러는 동안 생각지 않았던 어려움이 연이어 찾아오곤 합니다. 안 좋은 일은 쌍으로 온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그 모든 것이 복과 화를 바라보는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기에 아마도 복과 화가 똑같은 횟수로 일정한 간격으로 찾아온다 하여도 사람들은 복은 홀로, 화는 쌍으로 찾아온다고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복은 홀로, 화는 쌍으로 온다는 말 속에는 과학적인 진실보다는 서로의 삶을 위로하고 격려하려는 마음이 담겨있지 싶습니다. 그러려니 하라고, 그런 게, 그렇게 보이는 게 삶이라고, 이내 사라지는 것 같은 복과 겹쳐 찾아오는 것 같은 화를 여유 있게 바라보게 하는 그윽한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한 번 그런 마음으로 세상과 삶을 바라보세요, 한결 푸근하지 않은지요. 홀로 오는 것과 쌍으로 오는 것, 구별하지 않고 맞아들인다면 그게 행복이지 싶습니다.  2006.7.3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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