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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 공부해서 남 주자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2467 추천 수 0 2006.12.30 11: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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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 공부해서 남 주자  
          
우리가 어릴 적부터 흔하게 들어왔던 말 중에 “공부해서 남 주냐?”는 말이 있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다 너에게 유익할 텐데 왜 열심히 하지 않느냐는, 일종의 꾸지람이었지요. 자주 들었고 지당하게 생각했던 말이지만, 이렇게 고쳐 읽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한 성악가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다 청중석 앞에 한 소녀가 앉자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소아마비인 소녀가 휠체어에 앉아 노래를 듣고 있었습니다. 노래가 거의 끝날 무렵 성악가는 그 소녀에게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부르던 노래를 멈추고서 소녀에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얘야, 내가 지금 부르려고 하는 마지막 대목은 무척이나 고음이어서 많은 힘이 필요한데, 내겐 그 힘이 부족하구나. 이 아저씨 손을 잡아 줄래? 그러면 힘이 나서 노래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소녀는 손을 내밀었고 성악가는 소녀의 손을 잡고서 노래의 마지막 부분을 힘차게 불렀습니다. 아마도 소녀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하겠지요. 자신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소중하게 깨달았겠지요.
어느 추운 겨울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거리를 지나가다 바이올린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바라보니 허름한 차림의 한 걸인이 바이올린을 켜며 구걸을 하고 있었습니다. 걸인의 연주가 보잘 것 없었던 탓인지 지나가는 행인은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걸인에게 바이올린을 한 번 연주해 보아도 되겠느냐 청했고, 걸인은 바이올린을 그에게 내어주었습니다.
기가 막힌 바이올린 연주가 거리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내 수많은 사람들이 큰 원을 이루고 아름다운 연주를 들었습니다. 연주를 끝내고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모여 섰던 사람들은 그 연주의 의미를 깨닫고 그동안 비어있던 바이올린 케이스에 너도나도 따뜻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던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열심히 공부를 하던 중에 진심으로 사랑하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는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살기를 원했습니다. 땅을 일구며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곳을 찾아가 강연을 하며 살아가는 삶이었습니다.
여자는 기꺼이 사랑하는 사람과 시골로 들어갔고, 남편과 함께 땅을 일굽니다. 당연히 음악공부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마을에 장례가 있을 때마다, 바이올린으로 조가를 연주해 주었습니다. 그가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조가는 때마다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고 사람들은 그를 통해 큰 위로를 얻곤 했습니다.
‘공부해서 남 주냐?“ 소리를 듣고 자랐지만 생각해 보면 공부해서 남 주는 일이야말로 참으로 아름답고도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2006.9.23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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