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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삶은 계란’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4225 추천 수 0 2007.01.29 02: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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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상간 쌀밥눈이 퍼르퍼르 춤추며 내렸다. 날이 풀리자 골목마다 털목도리를 친친 감은 할매들이 보였다. “추운디 뭘라 나오셨소.” 그랬더니 “뉘 집이 무너졌능가 볼라고 나왔소.” 하면서 목젖이 보이도록 웃으신다. 그러다 틀니 삼키실라.

출출한 김에 담양읍내 ‘할매 국수집’에 갔다. 국수며 두부, 막걸리를 배부르게 먹고도 만원 한 장이면 뒤집어쓰는 곳. 가난뱅이들한테는 거기가 천당이다. “그쪽 동네는 눈 피해 없으셨소잉.” 산골 동네로 이거한 지 벌써 두 해째. 그 사이 나도 안부를 물어주는 단골집이 생겼다 아닌가.

국수집에 삶은 계란도 판다. 멸치국물에 푹 고아 삶아서 맛이 깊다. 말장난 같지만, 그러고 보니 오랜 날을 삶에 대하여 의문을 품고 살아왔다. 오늘 이 국수집에 와서보니 삶은 그저 계란이로구나. ‘삶은 계란’. 추운 손을 녹이며 호호 껍질을 발라먹는, 그대와 마주앉아 벙글거리면서 나눠먹는 계란. 못다 먹고 남은 건 호주머니에 찔러둔다. 국수까지 한 그릇 말아먹고 돌아오는 길, 찬바람이 쌩쌩 부는데 호주머니 속에서 여태 따듯한 계란. 모든 이들의 삶이 이렇게 따끈한 ‘온기(溫氣)’이기를 기도한다.

-이번주부터 매주 토요일, 담양에서 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시인·목사 임의진씨의 글과 그림을 싣습니다.

〈임의진/ 시인·목사〉2007.1.5  
경향신문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01051808531&code=9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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