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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복(福)그릇에 꽃 둥둥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4198 추천 수 0 2007.01.29 02: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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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교회에서 가납사니로 목회할 때였다. 봄골 사시던 솔치댁 할매가 세상을 뜨자 빈집에 버려진 요강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아니 점잖으신 양반이 백주 대낮에 요강을 어따 쓸라고 들고 댕기신다요? 고거이 조절이 안되분다믄 몰라도.” 교회당까지 죽어라 달음질칠밖에. 진달래 꺾어 요강에다 한바리 꽃꽂이를 했다. 가시는 길, 꽃이라도 안겨드리고 싶었다.

여기 한갓진 동네도 한 집 건너 흉가에 폐가다. 살펴보면 오줌방울 구경한 지 오래된, 노는 요강 천지일 게다. 전번 마실갔다가 복그릇 한 개를 주웠다. 야물게 닦아 소반 위에 올려놓았다. “설마 냉수 떠다놓고 싹싹 빔시롱 치성 드리는 거 아녀?”

허리 아픈 어머니, 손톱 빠진 아버지, 공장 다니는 누나, 코찔찔이 막내 동생, 보리밥이라도 고봉으로 행복했을 복그릇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동백꽃 피고, 붉은 꽃 떨어져 모시고 들어왔다. 정화수에 띄웠더니, 홧홧- 옛마을의 영화가 피어나는 거 같구나. 누구라도 배부르고 등 따신 밤이, 아아- 깊어 가는 거 같구나.

〈임의진/시인·목사〉2007.1.12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01121808551&code=9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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