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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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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 <돌아보면 발자국마다 은총이었네/생활성서사>중에서
그렇게 다짐했건만
중학교 2학년 때였던가? 하루는 어머니가 나에게 돼지죽을 주라고 하셨다. 그 무렵에는 집집마다 돼지나 닭을 서너 마리씩 길렀다.
돼지 울 밖에 까치발을 딛고 서서 울 안에 있는 여물통에 무거운 죽통을 기울여 부으려는 참인데 돼지란 놈이 배가 고파서 그랬던지 그 무지막지한 주둥이로 죽통을 치는 바람에 그만 돼지죽이 질퍽한 바닥에 쏟아지고 말았다. 마침 곁을 지나가시던 어머니가 이 광경을 보시고는 손에 들고 있던 댑싸리 빗자루로 나의 등판을 내리치며,
"넌 돼지죽도 제대로 못 주느냐? 형은 한 번도 쏟지 않았어!"
그 날 나는 늘 하던 대로 도망을 치는 대신, 꼼짝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빗자루 세례를 받으며 울었다. 울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내가 만일 어른이 되어 아이들을 기른다면 절대로 절대로 이놈과 저놈을 비교하지 않으리라고!
이놈은 이놈이고 저놈은 저놈이다. 민들레는 민들레로 해바라기는 해바라기로 그렇게 피는 것이 하느님 나라의 질서다. 사람과 사람을 비교하여 우열을 가리는 것은 악마나 할 짓이다.
그러나 그 날 그렇게 울면서 다짐했건만 나는 얼마나 자연스레 또 얼마나 뻔뻔스레 나와 남을 비교하고 이 사람과 저 사람을 비교하여 우열을 가리고 취사선택을 제멋대로 해왔던가? 아니, 지금도 그런 짓을 계속 하고 있지 않은가? 아직 멀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나의 길은 아직도 까마득하다. ⓒ이현주 (목사)
그렇게 다짐했건만
중학교 2학년 때였던가? 하루는 어머니가 나에게 돼지죽을 주라고 하셨다. 그 무렵에는 집집마다 돼지나 닭을 서너 마리씩 길렀다.
돼지 울 밖에 까치발을 딛고 서서 울 안에 있는 여물통에 무거운 죽통을 기울여 부으려는 참인데 돼지란 놈이 배가 고파서 그랬던지 그 무지막지한 주둥이로 죽통을 치는 바람에 그만 돼지죽이 질퍽한 바닥에 쏟아지고 말았다. 마침 곁을 지나가시던 어머니가 이 광경을 보시고는 손에 들고 있던 댑싸리 빗자루로 나의 등판을 내리치며,
"넌 돼지죽도 제대로 못 주느냐? 형은 한 번도 쏟지 않았어!"
그 날 나는 늘 하던 대로 도망을 치는 대신, 꼼짝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빗자루 세례를 받으며 울었다. 울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내가 만일 어른이 되어 아이들을 기른다면 절대로 절대로 이놈과 저놈을 비교하지 않으리라고!
이놈은 이놈이고 저놈은 저놈이다. 민들레는 민들레로 해바라기는 해바라기로 그렇게 피는 것이 하느님 나라의 질서다. 사람과 사람을 비교하여 우열을 가리는 것은 악마나 할 짓이다.
그러나 그 날 그렇게 울면서 다짐했건만 나는 얼마나 자연스레 또 얼마나 뻔뻔스레 나와 남을 비교하고 이 사람과 저 사람을 비교하여 우열을 가리고 취사선택을 제멋대로 해왔던가? 아니, 지금도 그런 짓을 계속 하고 있지 않은가? 아직 멀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나의 길은 아직도 까마득하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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