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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녹색연합에서 펴내는 잡지가 있는데 창간호부터 친구다. 이번달치가 배달되어 왔는데, 달마다 지키라는 구호에 ‘3월10일은 텔레비전 안보는 날’이란다. 우리 동네에서 텔레비전이 돌아가시고 안 계신 집은 아마도 내 집뿐이리라.
우리 동네 사람들은 밖에 안 돌아다니면 하루 종일 텔레비전 앞에 계신다. 일 없이 틀어놓기도 한다. 사람 목소리가 그리운데 그거라도 틀어놓으면 적이 위로가 되는 모양이다. 해가 넘어가면 동네는 집집마다 깜박깜박 새어나오는 텔레비전 불빛으로 나이트클럽 같다. 내용을 알고 보시는지 모르고 보시는지, 그래도 드라마 속 연인들이 부둥켜안기라도 하면 ‘오메 으짜까잉’ 부드드 떠신다들.
3월10일, 만약 우리 동네 분들이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다면 다음날 절반쯤 하직하셨을 것이다. 외로움만큼 무서운 병이 어디 있으랴. 나는 목회할 때 사이비 목사들처럼 야매 의사노릇을 하며 병자를 고치진 못했다. 대신에 텔레비전 고치는 일 하나는 끝내줬다. 간단하게 건전지 교체면 끝낼 일이어도 한번 앞뒤로 뜯어주어야 영험하다는 소문이 돈다.
〈임의진/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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