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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은 시방 꽃잔치 중이다. 매화와 산수유 꽃놀이가 막바지고 벚꽃이 곧 필 기색이다. 연분홍 꽃치마 진달래도 벌써 불꽃을 댕겼다. 논에 수두룩 오른 자운영은 푸른 몸을 뒤척인다. 자운영 꽃을 거름 삼아 말끔히 갈아엎고 나면 모내기를 시작하겠지.
나도 밭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올해는 무얼 심을까. ‘백성백작’이라고 후루노 다카오 선생은 백가지 일을 하니 백성이요, 무엇이든 심고 가꾸니 백작이라 했다. 27년이나 후쿠오카현의 조그만 마을에서 논밭 돌려짓기 농사를 짓던 그는, 두더지 쟁기와 오리 김매기로 유기농업을 일으켰다. 사람도 살리고 자연도 살리자는 취지로 나 또한 ‘냅둬 농법’을 창시했다 아닌가.
심을 작물을 정한 뒤 씨앗만 뿌리고 퇴비를 내면 내버려두어 알아서 자라든 말든. 동네 어르신들 애간장이 보탄다. 풀들이 무릎까지 우거지니 한심한 모양이다. “임씨 밭만 보믄 송신이 나요. 그라고 게을러 터져가꼬 무슨 수확이 생기겄소.” “알아서 할랑게 냅두쇼잉.” 이처럼 윗다랑치에서 농약을 쓰지 않는 관계로 아랫다랑치 논밭들이 생기가 돈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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