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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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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갈이, 못자리, 논밭둑 가래질로 남녘땅은 시방 들썩들썩. 사람이면 죄다 들에 나가 계신다. 집은 흰둥개하고, 고장 잦은 구닥다리 텔레비전하고, 치매 걸린 할매가 지키는 중이다. 새벽부터 초저녁까지 불도저처럼 일을 하여 “구이장(전직 이장님을 일컬어) 저 양반이야말로 터미널이재.” 아마도 터미네이터를 그렇게 부르는 모양, 경외의 눈초리로 바라들 보신다. 그런데 구이장님은 너무 일밖에 몰라 곁에 친구들이 없다. 집 아니면 논바닥, 무슨 일인지 읍내 출입도 드물다. 장날 우연이라도 “아이고매 반갑네잉” 스칠 법 한데 말이다.
오늘 보아하니, 외톨박이 구이장님을 죽어라고 쫄쫄 따라다니는 것들이 다 있구나. 논갈이를 하는데 뒤꿈치를 바짝 좇는 누구들이 보인다. 바로 왜가리들, 물댄 논을 갈아엎자 굼벵이며 벌레들이 둥둥 뜬다. 떡고물이 있으니까 따라다니는 것만은 아니리라. 삼보일배를 하듯 깍듯이 배례를 계속하며 뒤를 따른다.
구이장님 경운기 쟁기질을 바라보다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서 왜가리들과 나도 걸었으면 좋겠다. 푹푹 빠지는 논을, 땀 흘리며 밟아보고 싶구나. 흰옷을 입은 제자들을 이끌고 다니는, 오랜 침묵의 대선사 같은 저 풍모.
〈임의진|목사·시인〉
경향신문 입력: 2007년 05월 09일 17: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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