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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과 대치 중이다. 처마 밑에 집을 짓겠다는 것인데, 재작년 말벌에 쏘여 병원까지 갔던 나로서는 도저히 이를 용납할 수 없는 입장이다. 며칠 출타한 사이 머리통만한 집을 지어 놓아 사생결단 떼어냈다. 녀석들은 각종 미사일로 완전무장한 아파치 헬기가 따로 없다. 침을 빳빳이 세우고 ‘너 한번 혼나볼래’ 앙심 품은 검객처럼 시시때때 날 노린다.
더구나 양봉하는 친구의 권유로 꿀벌을 한통 쳐볼까 벼르던 중이었다. 인정사정이라곤 없는 조폭 말벌 떼가 돌아다니면 꿀벌 농사는 그 시로 끝장이다. 한번 곁을 내주었다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게 보통 말벌과의 동거다.
“제발 다른 데로 가서 집을 지어라.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냐.”
‘쳇! 나갈 테면 너나 나가라. 대궐에 살면서 쫀쫀하게 벌집하나 못 짓게 해?”
어쭈구리, 요녀석들이 날더러 집을 비우래. 사실 내가 오기 전에 이 산중은 저네들 세상이었겠지만.
같이 살 방도를 찾기에는 위험천만이고, 뾰족한 수가 나질 않는구나. 윽, 지금도 밖에서 날 감시 중이다. 놀란 아이처럼 소리치고 싶어.
“엄마! 살려줘~”
〈임의진|목사·시인〉 2007년 0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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