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
.........
노란 황금 오이, 늙은 오이를 들고 걸어가는 할매 뒤로 허수아비가 늠름하구나. 동네는 시방 허수아비가 주민들보다 여나무명은 더 많아 보인다. 삼계의 미소를 짓는 부처님 관상을 한 허수아비, 빨간 모자에 빨간 웃옷을 걸치고 마치 삼복더위에 찾아온 산타클로스 같은 허수아비. 새가 머리끝에 앉아도 드르렁 코를 곯아대는 잠보 허수아비, 외다리로 서서도 휘청거림이라곤 일절 없는 ‘요기’ 허수아비. 우리 집 뒤편 사래밭에 보면 청청한 하늘을 정답게 이고 진 부부 허수아비도 보인다. 마주보고 서서 윙크가 간지럽구나. 정녕 허수아비 마을이고 허수아비 세상이로다.
문설주를 막 나서면 허수아비가 맨 먼저 반긴다. 저녁나무가 외롭지 않게 해거름엔 그림자로 달려와 덥석 안기고는 한다. 모주망태, 허위허위 집으로 돌아가는 길. 허수아비에 대고 실없는 소리를 엥긴다. “어이 봉산 양반. 날도 저물었는디 거그서 뭐하고 계신다요. 집서 기다린디 밭일 접어불고 싸게 들어 가시장게라” 물때 절은 툇마루에 푸덕 앉았을 그 아재, 재작년 하직한 단짝친구 봉산 양반이 그리도 보고 싶었던 모양인 게지.
〈임의진|목사·시인>2007년 08월 01일
첫 페이지
224
225
226
227
228
229
230
231
232
233
234
235
236
237
238
239
240
241
242
243
244
245
246
247
248
249
250
251
252
253
254
255
256
257
258
259
260
261
262
263
264
265
266
267
268
269
270
271
272
273
274
275
276
277
278
279
280
281
282
283
284
285
286
287
288
289
290
291
292
293
294
295
296
297
298
299
300
301
302
303
304
305
306
307
308
309
310
311
312
313
314
315
316
317
318
319
320
321
322
323
끝 페이지
|
|
|
|
|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