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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돋보기 안경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4343 추천 수 0 2007.09.10 20: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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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 어르신들, 댁마다 돋보기안경은 기본으로 갖추고 사신다. 도장 찍을 때, 전화번호부 찾을 때 반드시 돋보기가 필요하다. 교회 다니는 할매들은 돋보기를 걸치고, 찬송가 부를 때 성경책을 거꾸로 든다. 그래도 얼추 뽕짝 풍으로 외워서 부르는 노래니까 글자 모르는 거 탄로나지는 않는다.

뉴스 볼 때 돋보기가 요긴한 때가 있다. 남북정상회담 소식에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화면에 다가가 돋보기로 확인하고 눈물을 주르륵. 바느질할 때도 돋보기가 있어야 바늘귀를 찾는다. 도시 사는 아들네 딸네 놀러왔다가 어디 가시라도 찔리면,
“오매 내 갱아지. 쫌만 참어라이. 티 백힌 것은 의사 선상님보다 내가 한수 위잉게로”
하며 우는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손바닥에 박힌 가시를 찾는다. 그땐 눈 밝은 엄마 아빠보다 돋보기안경 쓴 할머니가 최고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안경을 썼다. 아마도 일찍 돋보기를 써야 할 듯싶다. 결국 까막눈이 되는 것이다. 그전에 책도 많이 읽고, 사랑하는 친구들 얼굴도 많이 보고, 돋보기가 아니어도 확인할 수 있는, 눈물 나는 통일구경도 하고 싶구나.

〈임의진|목사·시인〉  입력: 2007년 08월 08일 17: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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