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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 포도주통을 채운 맹물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2404 추천 수 0 2007.10.08 01: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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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포도주통을 채운 맹물
                              
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마을에서 마을을 복구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습니다. 무엇보다도 무너진 둑을 쌓는 것이 큰 일이었습니다. 한 마을 사람이 제안을 했습니다.
"흙과 돌을 나르려면 수레가 필요하니 수레가 둘인 사람은 공사를 위해 수레 한 개를 내놓읍시다."
마을사람들은 모두들 좋다며 찬성을 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이 제안을 했습니다.
"수레를 끌려면 소나 말이 있어야 할 터이니, 소나 말을 두 마리 이상 가진 사람도 한 마리씩 내놓읍시다." 역시 마을사람들은 모두들 찬성을 했습니다.
그 때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 머뭇거리며 말했습니다.
"일을 하려면 먹어야 할 터인데, 닭이 두 마리 이상인 집에서 한 마리씩을 내놓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제가 가진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내놓겠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모두들 조용해졌고, 아무도 찬성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거기 모인 사람들 중에는 어느 누구도 수레를 두 개 이상 가진 사람들이 없었고, 소나 말도 두 마리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집이든 닭은 두 마리 이상을 기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수레나 소에 비하면 지극히 작은 일이었지만 아무도 찬성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자기 집의 닭을 내어놓아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마을에서 축제를 열기로 하고, 축제 기간 동안 마실 포도주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축제를 벌이는 마당에 커다란 포도주통을 준비해 놓고 축제 전날까지 한 병씩의 포도주를 포도주통에 붓기로 했습니다. 축제기간 동안 누구라도 따라 마실 수 있도록 서로서로 포도주를 모으기로 했던 것이지요.
사람들은 저마다 포도주통에 포도주를 갖다 부어 축제를 앞둔 포도주통엔 포도주가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축제를 벌이던 날, 축제에 참여한 마을사람들이 포도주통에서 포도주를 따라 축배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겠습니까? 포도주통에서 나온 것은 맹물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들 나 하나쯤 물을 섞으면 어떠랴 하는 마음으로 포도주통에 맹물을 부었던 것이었지요.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에는 척척 마음이 너그럽다가도 막상 자기의 이익이 걸린 문제를 만나면 갑자기 마음이 옹색해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됩니다. 남의 일에는 둔감하고 자신의 이익에는 민감해지는 모습들을 흔하게 봅니다.
그런 일들의 대부분은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에서 시작이 되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일 때 포도주통을 채우게 되는 것은 맹물입니다. 혹시 우리 사회가 잔치를 벌이자고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채우느니 맹물을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2006.11.20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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