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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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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기도>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짤막짤막한 글들인데, 책을 읽다말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습니다.
책의 끄트머리 부분에 '하느님의 현존'이란 제목의 글도 그랬습니다. 유대인들의 영성생활에 중심을 이루는 것 중의 하나인 '민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누구라도 아무 때나 기도를 드릴 수 있지만 공적인 예배로서 기도를 드릴 때는 반드시 남자가 10명 이상 있어야 했습니다. 10명 남자들 모임을 민얀이라고 합니다.
저자 레이첼에게 율법을 가르쳐주신 외할아버지는 민얀을 '내재하는 하느님'이라고 설명을 해줍니다. 반만년 역사 동안 박해와 유배를 거듭하던 유대인들에겐 성지마저도 옮겨 다닐 수가 있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이 율법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가끔 사람들은 갑자기 일을 하다가도 회당에 불리어 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죽은 사람들을 위한 기도를 드리거나, 아기의 이름을 생명의 책에 올리거나, 삶이 거룩하고 온전히 하느님께 달려 있음을 알려주는 많은 전례를 행할 때 10명을 채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어떤 때는 거리를 지나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유대인을 불러올 때도 있는데, 아무도 그런 초대를 거절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임재를 어디서나 경험하려는 간절함과, 하느님의 임재를 함부로(가볍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 모든 사람이 성스러운 존재임을 확인하려는 마음이 담긴 것이 '민얀'의 의미가 아닐까 짐작을 해봅니다.
일곱살난 외손녀인 레이첼은 민얀에 대해 할아버지에게 많은 것을 물었습니다.
-꼭 남자여야 해요, 할아버지?
-여자들 10명이 모여 있을 때는 하느님이 안 계신 거예요?
-할아버지, 옛날부터 그랬으면 다 맞는 거예요?
때마다 외할아버지는 율법에는 단지 10명의 남자라고 씌여있다고 원칙적인 대답만을 합니다.
레이첼이 할아버지에게 "여자 10명이 모여도 하느님이 계신다고 생각할래요." 했을 때 외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것이 율법에 씌여 있는 것은 아니란다." 하고 대답을 하지요.
레이첼은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 할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자신을 무척이나 사랑해주셨던 외할아버지를 잠깐 만날 수 있는 시간, 레이첼은 외할아버지가 쓴 책 중에서 하나를 읽어드리려다가 그냥 조용히 곁에 있어 드리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으로 외할아버지의 손을 가만 잡아드렸습니다.
그 때 외할아버지는 잠깐 잠에서 깨어 눈을 뜨고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레이첼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을 합니다.
"너는 너 혼자로도 10명을 다 채우는 민얀이다, 네쉬메레야."
책을 읽어오며 책의 내용에 공감했기 때문이었을까요, 할아버지가 어린 레이첼에게 들려주는 "너는 너 혼자로도 10명을 다 채우는 민얀이다."라는 말을 대할 때 저도 모르게 눈이 젖고 말았습니다.
율법에 그토록 엄격하셨던 외할아버지가 어린 손녀에게 들려주는 그 말 속에는 손녀에 대한 각별한 사랑은 물론 율법의 정신이 무엇인지가 오롯이 담겨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너는 너 혼자로도 10명을 다 채우는 민얀이다.'
기억하고 싶고, 필요한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2007.5.9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책의 끄트머리 부분에 '하느님의 현존'이란 제목의 글도 그랬습니다. 유대인들의 영성생활에 중심을 이루는 것 중의 하나인 '민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누구라도 아무 때나 기도를 드릴 수 있지만 공적인 예배로서 기도를 드릴 때는 반드시 남자가 10명 이상 있어야 했습니다. 10명 남자들 모임을 민얀이라고 합니다.
저자 레이첼에게 율법을 가르쳐주신 외할아버지는 민얀을 '내재하는 하느님'이라고 설명을 해줍니다. 반만년 역사 동안 박해와 유배를 거듭하던 유대인들에겐 성지마저도 옮겨 다닐 수가 있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이 율법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가끔 사람들은 갑자기 일을 하다가도 회당에 불리어 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죽은 사람들을 위한 기도를 드리거나, 아기의 이름을 생명의 책에 올리거나, 삶이 거룩하고 온전히 하느님께 달려 있음을 알려주는 많은 전례를 행할 때 10명을 채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어떤 때는 거리를 지나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유대인을 불러올 때도 있는데, 아무도 그런 초대를 거절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임재를 어디서나 경험하려는 간절함과, 하느님의 임재를 함부로(가볍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 모든 사람이 성스러운 존재임을 확인하려는 마음이 담긴 것이 '민얀'의 의미가 아닐까 짐작을 해봅니다.
일곱살난 외손녀인 레이첼은 민얀에 대해 할아버지에게 많은 것을 물었습니다.
-꼭 남자여야 해요, 할아버지?
-여자들 10명이 모여 있을 때는 하느님이 안 계신 거예요?
-할아버지, 옛날부터 그랬으면 다 맞는 거예요?
때마다 외할아버지는 율법에는 단지 10명의 남자라고 씌여있다고 원칙적인 대답만을 합니다.
레이첼이 할아버지에게 "여자 10명이 모여도 하느님이 계신다고 생각할래요." 했을 때 외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것이 율법에 씌여 있는 것은 아니란다." 하고 대답을 하지요.
레이첼은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 할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자신을 무척이나 사랑해주셨던 외할아버지를 잠깐 만날 수 있는 시간, 레이첼은 외할아버지가 쓴 책 중에서 하나를 읽어드리려다가 그냥 조용히 곁에 있어 드리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으로 외할아버지의 손을 가만 잡아드렸습니다.
그 때 외할아버지는 잠깐 잠에서 깨어 눈을 뜨고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레이첼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을 합니다.
"너는 너 혼자로도 10명을 다 채우는 민얀이다, 네쉬메레야."
책을 읽어오며 책의 내용에 공감했기 때문이었을까요, 할아버지가 어린 레이첼에게 들려주는 "너는 너 혼자로도 10명을 다 채우는 민얀이다."라는 말을 대할 때 저도 모르게 눈이 젖고 말았습니다.
율법에 그토록 엄격하셨던 외할아버지가 어린 손녀에게 들려주는 그 말 속에는 손녀에 대한 각별한 사랑은 물론 율법의 정신이 무엇인지가 오롯이 담겨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너는 너 혼자로도 10명을 다 채우는 민얀이다.'
기억하고 싶고, 필요한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2007.5.9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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