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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밤만 지나면 추석이다. ‘몇 밤만’이라는 말, 해놓고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지네. 추석이면 고향땅 찾아가 늙으신 부모님 모시고 대가족 해후를 했던 그런 날들 있었는가. 만약 그대도 같은 기억이 있다면 ‘몇 밤만 있으면, 몇 밤만 지나면’이라는 말에 가슴이 된통 저려올 것이다.
추석 앞두고, 캔에 든 식혜 선물 세트 양껏 들고서 골목집들을 찾았다. 올해 아흔 셋 잡순 강림댁 할매. 치매가 깊어 날더러 대뜸 “도둑놈 도둑놈” 했다. 사십년 동안 며느리가 모시고 사는데 집 밖이라곤 나오지 않으신다. 며느리도 진작 할머니다. “소락대기를 지르고 그라신 것이 십년은 더 사시겄서라.” 며느리가 반달로 웃으신다. 식혜 하나 따 드리자, 할매는 들고 방으로 숨으시고 며느리는 김치 한포기 가져가라며 나를 붙든다.
그 사이 강림댁 할매가 다시 토방으로 나와 나를 찬찬히 구경하신다. 도둑이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달으셨나. “저그 우게(위에) 한옥서 삽니다. 도둑 아니에요.” 누가 뺏어갈라 식혜 하날 더 챙기신다. “숭궈 놓고 드실라고 그라신다요. 원당 둘이 사는디, 몌느리가 저만 묵을까.” 며느리는 이제 보름달로 웃으신다.
〈임의진|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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