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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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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은 올 들어 지붕 개량을 마치더니 거무튀튀하던 외벽도 새하얗게 페인트칠을 했다. 변소에 붓질로 써놓은 ‘W’자와 ‘C’자가 오롯 재미있는 포인트. 농사는 애당초 없고, 건설노동판 일당벌이는 건장한 젊은이들 차지인 모양이다. 그래도 아재는 지난 여름 집에다 해놓은 일이 보람차서인지 구김살 없이 양호한 낯빛이다.
“저거 ‘따블류’ 하고 ‘씨’자 하고 무슨 뜻인지 앙가?”
“영어로 수세식 화장실이라는 뜻이라든디요”
“모르는 소리 하덜덜 마러부러. ‘따블류’는 말이시, 여자 젖가심을 그린 것이네이. ‘씨’자는 그라믄 뭐시냐. 남자들 가운데 거시기를 그린 것이재. 남녀 너거들 밴소 사이좋게 써라이- 그란 뜻이란 말여. 척하믄 앵하고 알아 묵어야재. 어으흐.”
웃음소리도 그냥 끈끈이 버전이로고. 애고 대고! 농 따먹기도 징그럽고, 돌아서는데
“페인트 남은 양이 솔찬한디 쓸데 있으믄 갖다가 쓰소.” 짠돌이 소금양반이 어인 호의란 말인가.
마침 바깥에 내놓은 나무 탁자가 칠이 벗겨서 썩어갈 태세였다. 맘 변할까봐 들고 뛰었다. 헌옷에 장갑 착용, 페인트 도색공으로 변신. 어- 그런데, 우리 집 뒷간에다도 ‘W·C’ 자를 새겨놓고 싶네. 으읍- 참아야 하느니라.
〈글·그림|임의진 시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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