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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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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짝 옆마을 궁산리에서 이장까지 지냈던 고재종 시인은 언젠가 이런 시를 남겼더라.
“아래께선 요 근래 부시의 일방적 폭격이 있었다
이렇게 높다란 데서 우리는 두루두루 웃고
아래께로 다시 고추 모종 놓으러 간다
(‘정자에서’ 가운데)”
이곳 담양은 유독 정자가 많다. 소쇄원이 대표격이고, 송강정, 식영정, 환벽당 같은 유서 깊은 정자들 말고도 큰 마을마다 기품 있는 정자가 하나쯤 서 있다.
가끔 정자에 앉곤 한다. 저수지 뒷길에 자주 찾아가는 낡은 정자가 있는데, 기와가 허물어져 천막으로 덮어놓은 상태다. 나는 거기 툇마루에 앉아 저수지에 내린 싯푸른 하늘과 오색 단풍, 그리고 산새들의 아카펠라를 듣고는 한다. 어쩌다 시 한수 담아오는 횡재의 날도 있다. 오늘은 깨밭에 일나온 아낙들이 정자를 차지하고 수다로 백분토론중이었다. 무슨 재미난 얘기를 하시나 금방 숨이 넘어가게 까륵 까르륵. 나도 같이 끼어들어 지줄거리고 싶었지.
전화 통화에 만족할 수 있을까. 눈을 마주보고, 눈부처를 보면서 얘기를 나눠야 옳지 않을까. 정자에 앉아 한숨 돌리면서, 가까운 벗이랑 니캉 내캉 속이야기 나누고픈, 사람이 그리워서 영판 답답한 늦가을 오후.
〈글·그림|임의진 시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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