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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3.진실을 보려면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2349 추천 수 0 2007.11.26 19: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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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3.진실을 보려면

책을 읽다 만난 재미난 이야기가 있어 소개를 할까 합니다. 술을 좋아하는 당대 최고의 풍류시인이었던 임제라는 문객에게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루는 술에 잔뜩 취한 임제가 한쪽에는 나무신을 신고, 다른 한쪽에는 가죽신을 신고 말에 올라탔습니다. 신발이 짝짝이인 것을 본 하인이 술이 많이 취하신 것 같다고 하자 임제가 대답을 했습니다.
"길 오른쪽에서는 보는 사람은 내가 나무신을 신었다 할 것이요, 길 왼쪽에서 보는 사람은 내가 가죽신을 신었다 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상관할 게 무어냐?"
오른쪽에서 임제를 본 사람은 그가 나무신을 신은 모습을 볼 것이고, 왼쪽에서 임제를 본 사람은 그가 가죽신을 신은 모습을 볼 것입니다. 설마 반대편 신발을 다른 신으로 신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그러기에 자기가 본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이 문제가 될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것입니다. 오른쪽에서 본 사람은 틀림없이 나무신을 신었다고 주장할 것이고, 왼쪽에서 본 사람은 가죽신을 신었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에 자기가 본 것이 옳다는 확신을 가질 것입니다.
나무신을 본 사람은 가죽신을 신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가죽신을 본 사람은 나무신을 신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나무신을 본 사람은 가죽신을 신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다 할 것이고, 가죽신을 본 사람들은 나무신을 신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터무니없는 말을 하고 있다고 여길 것입니다.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한쪽만을 보아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내가 분명하게 보았다 하여도 그것이 한쪽을 본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내가 본 것과 다른 것을 보았다 이야기하는 사람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본 것이 확실하면 확실할수록 잘못된 주장을 할 가능성은 더 커집니다.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모두를 보아야 합니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어느 쪽에도 얽매이지 않는, 모두에서 벗어나 모두를 볼 수 있는 열린 관점이 필요한 것이지요.
내가 본 것만이 옳다고 우길 것이 아니라 내가 본 것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만나면 한 번쯤 그가 말하는 입장에 서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내가 본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경험이나 생각과는 달리 세상에는 술에 취한 채 양쪽에 서로 다른 신을 신고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이, 그와 비슷한 일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2007.9.16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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