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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4.
빨래
초록색 물통 가득
춤추며 일어나는 비누거품 속에
살아있는 나의 때가
울며 사라진다
나는 참 몰랐었다
털어도털어도 먼지 낀 내 마음 속
너무 오래 빨지 않아
곰팡이 피었음을
살아있는 동안은
묵은 죄를 씻어내듯
빨래를 한다
어둠을 흔들어 헹구어 낸다.
물통 속에 출렁이는
하늘자락 끌어올려
빳빳하게 풀 먹이는
나의 손이여
무지개 빛 거품 속에
때묻은 날들이
웃으며 사라진다.
<내 혼에 불을 놓아 > ⓒ이해인(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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