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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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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로 들어오는 가로수에 까마귀 떼가 까맣게 앉았다. 고흐가 그린 까마귀 떼 풍경 같다. 군내 곳곳으로 길게 늘어선 메타세쿼이아, 게다가 우리 면에는 삼나무, 회화나무, 벽오동나무, 플라타너스, 벚나무, 백일홍까지…. 줄줄이 멋들어진 가로수 길. 담양의 자랑이며 외딴 집 들어오는 병풍산길 자랑이다. 특히 메타세쿼이아는 일부 베어 사라질 뻔하였는데, 군민들이 관과 싸워 지켜낸 가로수 길이라 애정이 남다르다. 오히려 지금은 군에서 가로수 길을 관광 코스로 첫손에 꼽는 걸 보면 무슨 일이건 주민들에게 먼저 여쭙고 실행하는지, 재차 물어보고 싶어진다.
가로수 길 따라 면으로 내려갔다. 며칠 손님들 등쌀에 반찬이 동이 나서, 점심을 사먹으러 나간 길이었다. “아들네가 저지금(딴살림) 내가꼬 읍으로 나가부렀는디, 단칸방이라도 장만해줄라고 일차 깨묵어불고…. 요새가치로 장사가 안되므는, 깐딱 허다가는 마이나쓰는 고사하고 쫄딱 엎어불게 생겼는디….” 단골 추어탕집에서 옆상 이야기를 엿듣는다. 그러다 궁궁한 인생들은 가로수 저 멀리로 총총 사라져갔다. ‘기운 내서 삽시다들. 짱짱하게 기운 내서….’ 속으로, 속으로 비나리손을 모아드렸다. 그 참, 어디선가 만종이 울릴 것 같은 오후의 시작이었다.
〈글·그림|임의진 시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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