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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꼬리연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4268 추천 수 0 2008.01.23 1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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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에는 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저수지 둑길로 아이들은 달린다.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겨울방학이 며칠 남지 않은 때문인지 얼굴마다 달덩이. ‘웃는 얼굴이 공양’이라 써진 옆동네 절집의 오솔길 목각판은, 아이들 앞에선 부처님 잔소리렷다. 예전 반공 구호 중에, ‘웃는 얼굴 다시 보자’가 있었다. 불조심 구호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집에 가서 갓난 애나 보아야 한다. 그러나 저기 뜀뛰며 연날리면서 노는 애들은 진짜짜짜 하늘나라 간첩이 맞다. 다시보고 또 봐도 웃는 얼굴뿐. 게다가 소리도 나지 않는 정찰기를 하늘 높이 띄웠다. 꼬리연이 바람에 간닥간닥.

요즘은 학교앞 문방구에서 기성품 연을 판다더라. 전에는 아버지나 삼촌이 손수 대살을 쪼개어 뼈대를 짰다. 한지를 재단하여 펼친 뒤 밥풀을 이겨 붙이면 뚝딱 꼬리연, 방패연이 탄생했다. 설렌 한맘으로 빈들에 나가 멀리 저 멀리 바람찬 하늘에 연을 띄울 때면 새들도 뒤질세라 뵤뵤 날았지. 비행기는 “어쭈구리” 하면서 건방을 떨고, 낮달은 걸려 넘어질라 구름 뒤로 숨고….

짧은 삶이 아쉬워 꼬리를 길게 늘였다. 그랬더니 바람길을 잘 타면서, 저물녘까지 너끈히 날았다. 강아지가 꼬리를 치듯 연도 꼬리를 쳤다. 좋아한다고, 나 지금 행복하다고. 그 순간 우리는 모두 만족하였다. 그뿐이었다.

〈글·그림|임의진 시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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