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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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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는 동해안, 강릉에 다녀왔다. 중앙시장 골목에 가면 메밀전병, 감자전이 황홀지경인 맛집들이 ‘어서옵쇼’ 기다린다. 십년 어간을 한자리에서 전을 부치고 계시는 아주머니를 찾아 깊숙이 안쪽으로. “뭐 드실껴? 부치미(전) 드실껴? 절까지(젓가락)는 알아서 집으시고, 식기 전에 눌러(빨리) 마카(모조리) 드시기요.” 동해에서 솟구치는 해처럼 둥글고 환한 감자전이 군침을 돌게 한다. 아, 바로 이 맛이다. 먼 길 찾아오길 참 잘했어. 옥수수 막걸리도 한잔 촤르륵. 영화속 동막골 주민들이랑 한 순배 걸친다면 ‘쎄사리가 빠진대도(죽는다는 강원도 사투리)’ 좋겠구나 싶었다.
해안선을 타고 안목항에 닿았다. ‘창해 민박’은 오랜 단골집이다. 부잣집 호사스러운 별장이 하나도 부럽지가 않다. 동쪽으로 난 유리창이 널찍한 민박집 3층에 앉아 수평선에 늘어선 오징어잡이 배들을 구경한다. 불빛이 깜박거리는 밤바다는 해풍이야 차갑겠지만 불빛 때문에 따뜻하게 느껴진다.
날로 흉흉해지는 세상 소식에 밥맛이 떨어질 때 가끔 강릉에 가서 감자전을 먹어보라. 둥근 해를 삼켜보라. 어부들의 거친 숨소리를 들어보라. 민박집에 누워 파도소리에 잠이 들면, 기운이 조금은 되살아날 것이다.
〈글·그림|임의진 시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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