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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비빌 언덕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999 추천 수 0 2008.01.23 11: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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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멀리 출타하시고 없는 아침에도 아랫목 이불속에 밥 한 그릇 담아 묻어두셨던 어머니. 추위를 견디게 하는 자잘한 사랑으로 우리의 오늘이 있지 않았을까. 아침에 밥을 하다가 뜬금없이 어머니 생각에 더운 눈물을 삼켰다. 김치가 잘 익었는데, 무 썰어넣고 고등어국도 맛있게 끓였는데, 찰진 담양쌀로 지은 밥,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이미 때는 늦었다.

개를 대동하고 아침 운동을 나갔다. 길모퉁이집 할머니가 언덕배기 밭에서 봄동을 캐고 계셨다. “골창골창에(골짜기마다) 눈이 쌓였든디 자빠지믄 큰일이요이. 으슥진 디는 멧뒤야지도 있을랑가 몰라.” 폭설 뒤로 오랜만에 동네분을 만난 김에 이런저런 소식들도 주워 들었다. 중풍 든 할머니 한 분은 자식네서 병원생활을 하고 계신단다. 전에도 약을 한주먹씩 드셨던 분이다. 어머니랑 친하게 지내셨던 분인데, 올 겨울은 견디셔야지…. 비손을 모았다. “할머니라도 밥 한그륵씩 자시고 건강허셔야 씁니다.”

맛나 보이는 봄동 하나 얻어서 차박차박 걸어오는데, 여기가 ‘비빌 언덕’이라는 생각이 재차 들었다. 마음씨 좋은 이웃들이랑 비비고 의지하며 오래도록 살고파.

〈글·그림|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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