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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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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7.
편지
밤은 항상
뜨거운 불가마에 나를 구워내는 도공(陶工)입니다.
벗이여,
칡뿌리같이 싸한 향기를 거느린 밤 나는
깨어 사는 시인들을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 후둑후둑 비 맞고 섰는
빌린 목숨을 지켜보다
끝내는 신 앞에 무릎 꿇었다는
당신의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지금은 고요히 창을 닫는 시간
허공을 뚫고 가는 기인 기적 소리에
흔들리는 향수(鄕愁) 같은 것
떠나는 자들의 고독을 한 몸에 휘감은
기차의 외침을 들으십시오
벗이여,
우리에게 마침내 가야 할 집이 있음은
얼마나 위로입니까
당신의 말씀대로
우리는 살아가면서 절망을 거듭하지만
절망하는 만큼의 희망을 앎은 얼마나한 축복입니까
내 영혼이 시의 우물을 파는
밤에는 아무도 말을 건네지 않습니다
밤에는 가장 겸허한 기도를 바칠 수 있습니다
벗이여,
그리하여 이 밤엔 나도 도공이 되어
펄펄 끓는 한 줄의 시를
사랑의 불가마에 구워내고 싶습니다.
<내 혼에 불을 놓아 > ⓒ이해인(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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